[D-24] 이혼하러 갑니다

부부의 관계 개선 방법: 불가능하다 생각한 것 도전하기

by 나저씨

요즘 그림을 배우고 있다. 아내와의 문제로 인해 낮아질 대로 낮아진 나의 자존감을 일으키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못 그리는게 콤플렉스였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불가능하다 생각한 것을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처음엔 삐뚤빼둘이라 이게 손으로 그린 그림인지 발로 그린 그림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시간이 지나고 연습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그림을 시작했을 때가 이혼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였다.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때였다.




그렇기에 나의 이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었는데, 마침 그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에 집중하면서, 나의 감정이 조금씩 해소되었다. 요즘은 매일은 아니어도,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림을 아예 안 그리고 지나가는 날도 있고, 매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만큼의 그림실력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그림은 내가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내 결혼생활과는 반대였다. 나의 결혼생활은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상대방은 반론을 재기할 수 있지만, 내가 본 아내는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일례를 들자면, 결혼생활 동안 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것이 5번이 채 되질 않는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10번이 채 되지 않는다. 결혼생활이 짧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실 분이 계실 거 같아 말하자면, 우리 결혼 생활은 7년 이상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아내는 홀로 계신 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걸 극도로 싫어했다. 아니 그 사람의 말로는


자신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전화 거는 것이 너무 힘들다.


였다. 전화가 이 정도이다 보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예상하는 대로 단 2번이 전부였다. 그것도 결혼 전 1번, 결혼 후 1번이었다. 유학생활 때는 자신이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 하여, 부모님께 연락하는 것으로 부담주지 말자 생각하고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내가 나중에 유학을 마치고 내 어머님을 잘 모시겠다는 약속만 생각하며, 졸업만 하면 이 모든 어려움은 끝날 것이라는 희망만 가지고 살았다. (그렇다. 난 호구 중에도 탑 1%의 호구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는 자기 부모의 중요 대소사나 명절에는 연락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로 연락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머.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하는 거니까 당연하려나?) 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배신감이란 이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나의 마음 한편에 큰 상처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호구처럼 내가 노력하고, 아내를 믿고 지원해 주면, 아내도 나의 진심을 깨닫고 변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림 그리기와는 달랐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고통이 먼저인 아내는 그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난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은 달랐다. 나의 노력에 보답을 해줬다. 사실 이혼과 갈등의 문제 속에서 내가 견뎌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에 하나가 그림연습이었다. 그림 덕분에 난 자존감의 위험선을 지켜낼 수 있었고, 내가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그래서, 나처럼 이혼을 준비하거나, 이혼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서로 이혼을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하기에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일에 도전해 보라 추천하고 싶다. 물론,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보길 권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이라 감히 말해주고 싶다. 나도 그랬다. 그림을 그리고, 아내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이 생겼고, 지금이라면 이 보다는 더 현명하게 대응을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했다. 하지만, 이미 결론이 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이러한 관점들이 이혼을 준비하기 전에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혼자만 변한다고 결혼생활이 개선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저 변한 사람에게 더 큰 고통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