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4] 곰씨 관찰일기

손님? 손놈? 나는 왕이 올 시오다!

by 나저씨

유난히 더운 날씨였던 토요일이었다. 망가진 컴퓨터를 오전에 수리센터에 맡기고, 오후에는 그림 수업을 받으러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수리센터에서 그림 수업을 받는 공방까지 걷는 20여분의 시간 동안 땀에 흠뻑 젖었다. 그렇게, 그림 수업을 받고 난 뒤에, 인근 커피숍에 가서 최근에 산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었다. 워낙 입소문은 많이 탄 유명한 책이라, 책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고민했을만한 것들을 담담히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6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 카페에서 나와서 저녁을 먹을 곳을 수소문했다. 크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저녁을 먹지 않으면 늦은 시간에 야식 같은 걸로 폭식을 할 것 같아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그렇게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내 눈에 보인 오코노모야키 가게. 그 오코노모야키 가게는 좀 특이했다.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식당이 가득 차는 홍대에서 단 2명의 손님만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식당 입구에는 술집이 아니라 밥집이며, 3명 이상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그 문구를 보는데,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겨서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난 그 식당을 들어가서는 안 되었던 것이었다.




가게에 들어가자, 식당 주인은 몇 명이냐고 물어봤다. 한 명이라 대답하니, 자리에 앉으라 하고 메뉴판을 나에게 건넸다. 식당 주인은 유도나 미식축구 같은 운동을 했는지 덩치가 꽤 좋은 50대가 넘은 남자였고, 한국어 발음이 어눌한 것이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같았다. 난 앉아서 주인장이 준 메뉴판을 봤는데, 메뉴명이 없었다. 메뉴명도 없고,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도 나와있지 않았다.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주문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이 기분이 상한 듯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래서, 난 주인장에게 "오꼬노모야끼를 처음 먹어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주인장은 화가 난 얼굴로 나에게 "주문할 줄 모르면, 미리 배워서 와야지 왜 지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라는 식으로 성질을 냈다. 어이가 없던 나는 "주문하는 법을 미리 배워서 와야 하는 곳이냐?"라고 물어봤고, 주인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나에게 주인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한마디를 더 했다. "당신은 이 가게에서 손님이 아니고, 내가 이곳에서는 왕이다." 사실 이때 난 어이가 없었다. 나는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고, 자신이 이 가게에선 왕이니 자신의 룰에 따라야 한다니... 이 엄청난 근자감인가?! 이쯤 되면, 화가 나서 성질을 내며 가게를 나가는 게 정상인데, 난 화가 나지 않았다. 그냥 무덤덤한 느낌이 들었고, 여기서 화를 내면 오늘 하루가 망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예의 없는 주인장 때문에 나의 하루가 결정된 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더 화를 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내 머리는 빠르게 차가워졌다. 그가 하는 말을 조용히 무시하면서, 나지막이 그에게 이야기했다. "아~ 내가 손님이 아니구나. 참 재미있는 곳이네."라고 하니, 주인은 더 이상 나와 대화하기도 싫은지, 빨리 나가라고 나지막이 읇조렸다. 나는 어떻게든 주문을 해서 먹고 싶었지만, 인터넷에도 그의 가게에서 어떻게 주문하는지 나온 곳이 없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나는 자리에 일어났고, 장사 잘하라는 덕담(?)을 던지고 가게에서 나왔다.




밖에 나와서 홍대의 그 가게 이름으로 리뷰를 보니, 그곳은 꽤 오래전부터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주인이 불친절한데, 자기 음식 사진을 찍으면 쫓아내고, 말을 많이 걸어도 쫓아 내는 등 아주 엽기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곳을 난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 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의 가게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를 보면서, 정말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으면, 그 조그마한 가게에서라도 자신이 왕이 되어서 군림하려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라도 바닥을 친 그의 자존감을 올리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혹시 나도 회사나 밖에서 오꼬노모야끼 주인처럼 안하무인으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저녁은 어떻게 했냐고? 근처에 있는 맛집으로 소문난 카레집에 가서, 맛있는 카레와 돈가스를 먹었다. 카레 가게 종업원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평소보다 두 배는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서, 다시 한번 오꼬노모야끼 주인의 말을 생각하면서, 그의 자격지심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웃었다.


당신은 손님이 아니고, 이곳에선 내가 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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