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Time)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나의 삶을 부러워하는 만큼, 나도 그들의 삶을 부러워한다. 왜냐고? 그 사람들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건 바로 '시간'이다. 나의 경우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부러워하고, 나를 부러워하는 내 주위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내가 부러운 것이다.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서로 '시간'이라는 같은 것을 원하는데, 그 시간을 함께 하는 주체가 다른 것이 말이다.
서로 상대의 상황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관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왜 가정이 있는 다른 이를 그리 부러워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요즘 나의 머릿속을 휘젓는 생각과 감정이 있는데, 나이가 더 먹고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난 나를 기억하는 방법은 오직 내 가족과 아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혼자가 되었을 때, 두려워하고 무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 준 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막내 동생과의 전화 통화였다. 여느 때와 같이 혼자됨에 대한 두려움과 이혼의 후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막냇동생이 나에게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빠 조카들이 오빠를 기억해 줄 거야."라고 말이다. 막냇동생의 그 말은 나에게 정말 큰 울림을 줬다. 나를 기억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는데, 누군가 날 기억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심하는 감정과는 달리 두려워하는 마음이 마음 한편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왜 일까?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왜 내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조카들이 날 기억해 줄지 모르지만, 그들과 보낸 시간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이 날 기억해 준다 해도, 그 기억의 깊이가 다른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깊이는 말이다.
시간...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쓰지는 못하는 시간을 난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