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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Nov 16. 2023

99

반복한다 


    

혀가 길어져서 말이 하고 싶은 날에는 맥주를 마신다 한 숨 쉰다 산책을 한다 글 읽는다 음악을 듣는다 영화를 본다 꽃을 본다 나무를 훑는다 하늘을 본다 구름을 마신다 안개를 휘젓는다 돌멩이를 찬다 사람을 쳐다본다 두 숨 쉰다 고립된다 완고해진다 기억을 감는다 어둠을 빗는다 ‘흰’을 상상한다 다시, 푸름을 기약한다 절실함과 허무함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 씹다가 씹다가, 퉤 뱉는다 굽어간다 명랑들을 품는다 누군가의 정곡에 박힐 말 하나쯤 찾는다 상실 같은 커피를 마신다 진통제를 먹는다 지구살이를 몸에 익힌다 사라지는 것들, 언젠가 사라지는 것들을 축복한다 ‘덧없음’이라 쓰고 ‘허밍’이라 고쳐 쓴다 잊는다 세월이 가는 걸 잊는다 태연하게 밥이나 뜬다 침대에 앉아서 빛, 같은, 파열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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