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대훈 Nov 23. 2023

102

11.23


어떤 젊음 


성인이 된 후로 나는 줄곧 혼자 지냈다.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를 애써 찾아야 했던 나는 싫증을 냈다. 무의미의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연애의 덧없음을 청춘의 연료로 삼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음으로 나는 자유로운 듯했다.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나는 편안했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으로서 미숙하게 되었다. 내 손바닥을 들여다본 철학관 아저씨는 내게 이십 대에 여자가 없다고 했다. 믿지 않았지만 능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는 일찍이 내 삶을 눈치챘다. 어떤 젊음은 홀로 유랑하다가 끝이 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고질적 허무감이 나를 한 세계로부터 분리시키고 인간을 기피하게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불온한 처신이었다. 나는 아름답지 않았으리라. 고통스러움으로 인간인 것을 나는 거부했다. 나 홀로의 싸움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얼마든지 자신 있었지만, 다른 사람까지 그 고통에 합세한다는 것은 거북했다. 나에게는 사랑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수십 가지 있다. 나는 심연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는 나와, 기록하는 일,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악함, 도처의 슬픔과 환희, 사물의 모순과 실체, 풍경의 흐름과 정지, 자연의 잔혹한 순환을 사랑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 뿐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멀리하고 소박한 것, 말 없는 것, 피 없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았으나. 나는 이성과 교감하는 마음을 부쩍 상실해 버렸다. 나는 향락을 경멸한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므로) 결핍을 메우기 위해 목말라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잔혹한 일이므로) 어머니는 나를 불구로 낳지 않았는데, 다만 그것이 미안했다. 생각한다는 행위는 나를 늪으로 내던졌다. 매일매일 천천히 가라앉는 나를 보았다. 이제 나는 가물거린다. 사람을 순수하게 좋아했던 내가. 서슴없이 연애라는 차원으로 넘어가는 그가. 누군가를 그토록 그리워하는 애끓는 성정이. 부재함으로써 비로소 도래하는 아름다운 박동을 움켜쥐는 사람의 표정이. 그가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사랑을 증오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