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아토피
젖먹이 시절
나의 몸 곳곳에는 자주 붉은 피가 솟았다
관절이 접히는 곳들은
특히나 심각했다
땀이 피를 불러왔다
어느 날 엄마는 나의 팔과 다리에
원목을 잘라 만든 기둥 같은 것을 끼우고
나를 보며 울었다
나는 가려움에 못 이겨 억지로 팔을 접으려다가
새로운 상처를 내곤 했지만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밤에 나는 가려워도 긁지 못해
바둥거리며 울다가 실신해 잠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잠들지 않았다
팔다리에 장착된 나무토막
신령한 힘이라도 깃들었다는 듯
견고했다
낭떠러지 같은 슬픔의 힘을 다 쓴 엄마가
내 몸에 얼굴을 묻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엄마의 얼굴에 얼굴을 대고
그 피와 숨을 빨아먹으며
언젠가 깨끗한 등에 엄마를 업고
하얀 웃음을 흘릴 것을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