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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Nov 26. 2023

104

11.26

아토피



젖먹이 시절 

나의 몸 곳곳에는 자주 붉은 피가 솟았다 

관절이 접히는 곳들은

특히나 심각했다 

땀이 피를 불러왔다 


어느 날 엄마는 나의 팔과 다리에

원목을 잘라 만든 기둥 같은 것을 끼우고 

나를 보며 울었다


나는 가려움에 못 이겨 억지로 팔을 접으려다가

새로운 상처를 내곤 했지만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밤에 나는 가려워도 긁지 못해 

바둥거리며 울다가 실신해 잠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잠들지 않았다 


팔다리에 장착된 나무토막 

신령한 힘이라도 깃들었다는 듯 

견고했다 

낭떠러지 같은 슬픔의 힘을 다 쓴 엄마가

내 몸에 얼굴을 묻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엄마의 얼굴에 얼굴을 대고 

그 피와 숨을 빨아먹으며 

언젠가 깨끗한 등에 엄마를 업고

하얀 웃음을 흘릴 것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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