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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Dec 07. 2023

112

12.7

낙엽 



오래된 앨범을 펼치다 보면 간혹

적갈색 잎 한 장이 발견된다 

심지어 코팅까지 되어있다 

빳빳하고 안전하다  


시간, 모른다 

날짜, 모른다 

장소, 모른다 

기분, 모른다

함께한 사람, 모른다

그냥 낙엽만 한 장, 그렇게 있다  


왜 인간은 매년 피고 지는 잎을

고이 간직하는 것일까 

부서지지 말아라 손수 코팅까지 해 가며 귀찮게

그 일에 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추억이니 낭만이니 뭐 그런 거라도

먹고산다는 것처럼 

마치 과거가 승리나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너를 사랑이나 할 수 있다는 것처럼 


필경 

생은 정성일까 

정성스레 부서지는 

한 잎 같은 걸까

불현듯 멸의 힘과

생의 애수가 일어나는 

한 점 낙엽이여


썩지 마라  

썩지 마라 


너는 썩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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