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낙엽
오래된 앨범을 펼치다 보면 간혹
적갈색 잎 한 장이 발견된다
심지어 코팅까지 되어있다
빳빳하고 안전하다
시간, 모른다
날짜, 모른다
장소, 모른다
기분, 모른다
함께한 사람, 모른다
그냥 낙엽만 한 장, 그렇게 있다
왜 인간은 매년 피고 지는 잎을
고이 간직하는 것일까
부서지지 말아라 손수 코팅까지 해 가며 귀찮게
그 일에 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추억이니 낭만이니 뭐 그런 거라도
먹고산다는 것처럼
마치 과거가 승리나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너를 사랑이나 할 수 있다는 것처럼
필경
생은 정성일까
정성스레 부서지는
한 잎 같은 걸까
불현듯 멸의 힘과
생의 애수가 일어나는
한 점 낙엽이여
썩지 마라
썩지 마라
너는 썩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