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청춘
극적으로 완벽하게 소멸했던 밤
곁에 곱게 늙은 친구 한 명 있었고
온갖 술들과 담배와 나리는 진눈깨비 있었고
걸레처럼 꼬인 내장 있었고
생을 예감하지 않는 반짝이는 동공 있었고
묵은 고통이 증발해 나오는 입김 있었고
울분인지 해방인지 모를 탄성 있었고
어설프고 호탕한 웃음 있었고
벅차고 황홀한 무아경 있었고
마지막으로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청춘이라는
터럭만 한 희망이었고
설레는 첫 소풍이었고
우리들의 마지막 소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