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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Jan 01. 2024

119

1.1

그 힘



 

이게 다 뭐지,라는 말로 하루의 첫 음성을 읊조릴 때

그 위 찢어진 하늘에서 구슬 같은 눈비가 곧두박질치고 있을 때

어 저 가혹하고 고독한 방구석으로 들어가기 싫을 때

어둠 한가운데서 속절없는 자백의 시간을 가질 때

꼬르륵 거리는 뱃가죽을 씨팔 확 갈라버리고 싶을 때

전적으로 모든 나를 잃어버리고 궁극의 파멸을 갈망할 때

나는 생각한다


오래전 네 번의 자살 기도에 실패하고 다섯 번째 투신자살에 성공한 그를

채찍질당하는 말을 끌어안고 미쳐버린 그를

엽총으로 머리에 시원한 구멍을 내 버린 그를


것,으로 태어나 존재,로 해방된

존재를 위한, 존재를 향한 기갈을

참을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완결한 자들을


나는 생각한다


이 무익한 세상에서

함구하고

바람의 허리를 곧추세우지는 못하여도


나는 상상한다

그들의 치밀하고 탁한 동공을

상표 달린 돼지로 자라 흙이 되는 우리들이

달을 올려다보는 환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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