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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Jan 07. 2024

121

1.7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일요일이다. 죽음의 키가 자란다. 인간이 여유와 유희를 즐기는 사이에 자란다. 은밀하고 치밀한 신경처럼. 인간은 한 번쯤 자신의 수명을 셈해봐야 하고, 그날은 일요일이 가장 좋다. 최후와 차후가 공존하는 날이다. 


일요일이다. 죽음의 키는 때때로 줄어든다. 인간이 자애와 온정을 나누는 사이에 줄어든다. 죽음이 자라고 있음을 자각한 인간들이 웃을 때. 이타적 본성의 비중을 높이며 나눌 때. 죽음의 키는 줄어든다. 


일요일이다. 그래서 웃는 인간들이 많고 하릴없이 죽은 채 하고 있는 인간들도 많다. 참으로 이중적인 날이다. 아침나절, 방바닥으로 내리 스민 빛은 제법 온화하였다. 흰 빛 한 점.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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