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뜻밖의 풍경
이곳은 쓰잘데기 없는 것들의 낙원
내가 이렇게 자잘한 것들에 눈시울을 붉히는 것은
소중한 걸 잃은 사람처럼 먼 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곳은 충분히 좋으니 좋은 대로 보일 듯 두고
다시 나를 외면하듯 바라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을 만지듯 손을 들었다 놨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안 하다가
무어라 한 마디 중얼거리기 위함이다
가까스로 흐르는 명맥(命脈)처럼
안 쪽 사사로운 것들의 보온을 느끼기 위함이다
내 갸륵한 첫 입김으로
진심이라는 횃불에 기름을 붓고
지리멸렬과 회한의 흑점
밝히기 위함이다
안식이 있다면
자연사하는 것이며
먼 곳에서 실패하고 가까운 곳에서 절규하고
뜨거운 곳에서 안주하고 차가운 곳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생 하나 잘 늙히기 위해
아주 먼 데서 돌아오는 내게
흘릴 수 있는 땀과 피 한 방울 수혈하는 것이다
이곳은 병들고 낡은 것들의 낙원
먹을 수 있다면 일단 먹어 두고
그래, 바깥에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말아야 할
생전 처음 떠나는 여행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