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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Jan 09. 2024

123

1.9

저녁이 오면 뼈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있다. 벼루 위에서 마른 먹처럼 말라붙은 핏기의 느낌. 노을에 바싹 익고 부풀어 오른 심장의 따스한 느낌. 얼룩 하나 없는 희디흰 길을 처음 밞을 때의 아릿한 느낌. 찬 물에 놀란 신경들이 서서히 무뎌지는 느낌. 그걸 다 섞은 느낌이라 해야 되는지. 그 외에 다른 무엇이라 해야 될지 알 수 없다. 그냥 이 모든 느낌을 허밍이라고 쓰면 안 되나. 우울을. 허무를. 질기고 두꺼운 막(膜) 안에서 징징징 울고 있는 모든 사실을. 그냥 삶이라고 쓰면 안 되나. 


여기는 너무 비좁다. 자꾸만 독백을 자처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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