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운내」,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파주: 문학동네)
김경욱은 리뷰「끝내, 운내」에서「운내」에 대해 샤머니즘적 분위기와 에코페미니즘의 분위기를 동시에 감지해 낸다(227쪽). 물론이다. 최은미의 소설들은 샤머니즘적 분위기와 에코페미니즘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은미의 소설에는 그 두 가지 용어로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운내」에서 그 분위기는 피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청혈로도 사혈로도 변주된다. 불치병을 피를 뽑아서 치료한다는 사혈의 이미지는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집약해 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나와 승미는 육촌지간인 각자의 엄마가 운내로 보내면서 한 시절을 함께 하게 된다. 승미는 ’까‘졌다는 이유로 나는 엄마를 힘들어한다는 이유로 운내로 보내지게 된다. 두 소녀에게 운내에서 보낸 시절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반면, 그로우테스크 한 세계로 격리되어야 하는 유배지에서의 한 철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나는 운내에서 보내게 된 한철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운내로 상징되는 그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무척 어려운데 그 난감함을 해명해 내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최은미의 작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계기는 다음의 문장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분명히 통용되고 누군가들은 누리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존재하지도 실감되지도 않는 단어. 그 한 단어를 세워놓고 거기로 소설을 달려가게 하려고 했다(작가노트「있는 말들」, 224쪽)."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불가능하지만 그 세계는 불을 켜두지 않고서는 무서워서 견디기 어려운 세계다. 열세 살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끝내 그 세계에 갇혀 버리고 만다.
열세 살이었을 때 나는 운내에 간적이 있었다.
지금 이곳엔 열다섯 칸의 방이 있고 나는 그중 하나를 항상 비워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낮이든 밤이든, 나는 그 방에 불을 켜둔다(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