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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28. 2019

청춘이 겨냥하는 불확실한 과녁 그리고 마동석

영화 <시동>

청춘은 본질적으로 불안하다. 많은 텍스트들이 청춘을 소재로 삼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불안은 성숙해야 할 어른들에게는 질책 거리가 될 수 있지만 아직 미성년인 청춘들에게는 용인될 수 있는 덕목이다. 그리고 그 불안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텍스트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최정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동>에는 그 불안이 발산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제대로 ‘시동’을 걸기조차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택일(박정민 분), 상필(정해인 분), 경주(최성은 분)는 자신이 겨냥하는 과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좌충우돌한다.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공사장(김종수 분)이다. 그리고 공사장이 운영하는 중국집에는 거석이형(마동석 분)이 있다.     


택일은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인 정혜(염정아 분)가 검정고시를 준비하라고 준 학원비로 오타바이를 산다. 하지만 그 오토바이 조차 택일의 말을 듣지 않는다. 충동적으로 가출한 택일은 별다른 목적 없이 군산으로 갔다가 공사장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게 된다. 우연히 경주와 얽히게 된 택일은 위기에 처해 있는 경주를 도와주게 되고 경주 역시 공사장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    

  

택일과 친구였던 상필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고두심 분)를 모시고 살고 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사채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일을 하게 되지만 순한 상필의 성격에 그 일이 체질에 맞을 리 없다. 급기야 정혜가 상필과 무관하게 상필이 일하는 업체에 돈을 빌리게 되고 그 돈을 수금하러 가면서 상필은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 집을 나갔던 택일은 그 일을 계기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시동>은 기본적으로 유쾌한 영화고 그 유쾌함의 힘은 마동석과 박정민의 앙상블에서 발생한다. 이제 마동석이 출연하는 영화의 장르는 마동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시동>의 거석이 형은 <범죄도시>의 마석도가 경찰 옷을 벗고 조폭이 되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마동석의 매력은 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을 것 같은 압도적인 강력함 저편에 놓여 있는 귀여움이다. 이 귀여움이 박정민 특유의 냉소적인 반항과 어우러져 유쾌함을 선사한다.      


18살의 연기를 소화해 내는 박정민은 아직도 십대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만, 30대인 박정민이 언제까지 박정민이 십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리고 이제는 장르가 되어 버린 마동석의 캐릭터는 언제까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그의 캐릭터에 자동으로 유쾌하게 반응하게 된다.     


청춘이 겨냥하는 과녁은 과녁 자체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그 불안함을 캐치해 내는 것이 텍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시동>은 그 과녁의 불안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불안함을 감싸고 있는 것은 유머다. 나는 그 유머가 불쾌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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