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킨스 이후의 인간: 유전자와 밈 사이에서

이기적 유전자 by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의 행동을 유전자의 생존 전략으로 설명하는 급진적 과학 서적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을 통해 "생명체는 유전자를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도발적인 명제를 던진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은 다음의 2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유전자 단위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개체는 유전자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생명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체 단위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둘째,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왜냐하면 밈(문화)을 통해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퍼져 나갈 수 있고 개체를 식별하는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이다.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을 본 많은 학자들은 집단 선택론을 주장해 왔다. 집단 선택론이란 집단내의 개체는 집단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새들은 자신의 포식자가 나타나면, 자신이 발견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동물들의 이타적으로 보이는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집단 선택론은 이기적인 개체가 나타나고 이기적인 개체가 집단의 성격을 바꾸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컷 꿩은 암컷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꿩 집단의 수컷은 화려한 꼬리를 가지게 진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꼬리는 이동하기 거추장스럽고 포식자에게 더 쉽게 발각되기 때문에 집단의 번식과 번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수컷 꿩은 집단의 번식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다른 유전자와 경쟁하는 것이고 따라서,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기계(꿩)가 화려한 꼬리를 가지게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설명한다. 성 선택이론, 가젤이 사자가 나타나면 높게 뛰어올라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현상, 일개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개미 집단을 보호하는 이유부모개체가 자식개체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는 이유등다양한 동물의 행동과 원인을 분석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설명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 또한 동물과 다르지 않은 생명기계에 지나지 않지만, 두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인간은 유전자를 생물학적으로 후세에 남기기도 하지만, 밈 즉 문화를 통해서 후세에 전달하기도 한다. 인간이 문화를 만드는 능력은 인간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조국 또는 믿음을 지키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둘째,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서 협력을 더 잘하는 이유는 개체 식별성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게임 이론을 통해서 협력적이면서 때로는 단호한 개체가 살아남는데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 만난 개체는 상대방이 자신과 협력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지 않기 때문에 배신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만 오랜 기간 보아온 개체들은 협력이 유전자를 남기는데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개체 식별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개체 식별성이 있기 때문에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해서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도덕성이나 모성애 같은 것들은 단지 유전자가 자신의 삶을 더욱 길게 영위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간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유전자를 퍼뜨리는 생물학적 생명기계가 아니라 문화를 퍼뜨리는 문화적 생명기계이기도 하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고 그 능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문화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인간은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우리만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는 종 우선주의가 아니라 종을 넘어선 인간이라는 집단을 보호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외도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당연한 본능인가?? 물론 아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여성은 난자하나로 유전자를 전달하고 10개월 동안 자신의 몸에 유전자를 품었다가 출생하기 때문에 훨씬 높은 확률로 외도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외도를 많이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문화 즉 밈 때문이다. 우리는 외도를 비난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러한 문화 아래서 오히려 유전자의 보존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외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는 더욱 인간적이고 다른 사람을 상처 주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유전자의 생존은 초기 환경에 달려있다고 이기적 유전자는 말한다. 이타적인 개체가 이기적인 개체를 누르고 더욱 번영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개체보다 이타적인 개체가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초기 환경이어야 한다. 사람은 협력을 통해서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다. 이기적 존재가 이타적 존재를 누르고 문명의 발전을 해치는 사회를

막고 다음 유전자도 우리와 같은 수준의 사회에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개인의 행복할 수 있는 방법론 또한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행복과 공포들은

모두 우리의 주체적인 의식의 결과인 것 같지만 이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인간을 프로그래밍한 것과 같다.


쥐를 보거나 사자를 만났을 때 도망치는 이유는? 이런 개체가 더 길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이 길게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행복이 지속되면 다음 식량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말해, 긴장 상태 유지를 위해

남과 비교하는 이유는?? 남과 비교하고 거기서 열등감을 느끼는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간은 단순한 유전자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우리는 문화라는 또 다른 복제자를 통해, 유전자의 명령을 넘어서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전자에 맞선 '윤리적 밈'이다. 협력, 존중, 자기 절제 같은 인간적인 덕목이 유리하게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할 때, 우리는 유전자의 지배를 넘어서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주의 시선에서 본 인간: 코스모스가 전하는 삶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