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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Dec 07. 2015

키타큐슈의 이른 아침에

키타큐슈 이야기 제 1화

이른 아침에  


  나이가 드니 체중이 느는 건 쉬운데 줄이는 건 정말 어렵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내게 한 말인데 나 역시 절실히 느끼는 바다.  


  최근 아내에게 아침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몇 번 하기만 하다가 드디어 6시 10분에 일어나서  집 밖을 나섰다. 아, 이 상쾌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아침 공기. 공기가 몸 안으로 스며들자 몸이 막 튀어나갈 것 같았다. 아파트 로비를 막 나서는데 아뿔싸. 비가 내린다. 아쉽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바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우산을 챙겼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준이라 우산을 들고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외선 차단이 되는 안감이 시커멓고 무거운 우산을 받쳐 들고는 집 근처 대학원 교정을 향했다. 평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었다. 오르막 길을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오르니 언덕 위에 발전소 같은 건물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웃 동네 마을 전경이 보이고 그 너머로 논이며 산들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둥그렇게 돌아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며 사진도 몇 방 찰칵!  

  이사 후 처음으로 동네 입구에 있는 운동장 흙을 밟아 보았다. 아, 흙에서 전력질주를 해본 지가 얼마나 되었나.. 거칠 것 없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흙 운동장을 보자 갑자기 달리고 싶어 졌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들과 달리게 될지 모를 추억의 100미터 생각도 떠오르며 내 입꼬리가 양 옆으로 걸려 올라갔다.   


  파 바 바 바 박…. 한 오십여 미터를 달렸을까. 약간의 무리를 느끼고 속도를 줄였다. 하긴 내가 일 년 가야 전력질주를 두 번이나 할까. 갑자기 뛰면 이년 전 테니스장에서 종아리 근육이 끊어졌던 것처럼 이상이 생길지도 몰라. 욕심내지 말자.  

  

  원점으로 돌아와 방금 내가 뛰어나간 자리를 살펴봤다. 11자로 달려나갔다고 생각했으나 발자국은 역 팔자를 그리고 있었다. 한 때는 이런 운동장에서 매일매일 달리고 또 달리고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얼굴이며 드러난 팔다리를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리고 가슴에서 피 냄새가 끓어오를 때까지 전력질주를 반복하곤 했던 날들. 하루가 지금보다 많이 길게 느껴졌던 학생 시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른이 될 것 같지 않던 푸릇푸릇했던 나와 친구들의 어린 시절.  


  실로 간만에 얻은 아침의 행복한 운동과 상념의 시간을 마칠 시간이 됐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지. 아담한 집들이 양옆으로 그림처럼 앉아 있는 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기분 좋게 살짝 젖은 셔츠와 속옷을 빨래통에 넣고 샤워를 했는데 아, 이거야 이거… 아침의 상쾌함이 두 배로 커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런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을까…


너의 의지를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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