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국제공항에서 오후 5시 25분 리무진 버스를 타고 해운대까지 가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릴 것 같다. 퇴근 시간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니 감수해야 하겠지.
4년 3개월 만에 일본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막혀도 정겹다. 한글로 된 길거리 간판들 하나하나를 다 읽고 지나가는 중이다. 오래되고 좀 덜 깨끗해 보이는 건물과 이제 막 지어 깔끔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빌딩 모두 나의 눈에는 즐겁고 지루하지 않은 요깃감이 된다.
서면 근처를 지난다. 20년 전 군복무를 하던 미군 부대 캠프 하이알리아 주변이 예전같지 않다. 강산도 두 번이 바뀔 시간이 흘렀으니 도시야 오죽할까.
부산 상공회의소를 지나며 낯익은 CCIC 이니셜을 확인한다. 지난 17년 동안 삼국간 무역을 하며 선적서류 안에서 무수히 만났던 글자다. 서울역에서 근무할 때도 남대문 근처에 서울 상공회의소 건물이 있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친근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마흔다섯.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을 때 나는 흥미롭고 비전도 있지만 전혀 새롭고 또한 그리 안정적이지 않은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 일을 1년을 하게 될지 2년을 하게 될지 혹은 보다 긴 시간 성과를 내며 성공적으로 이어가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열차에 올라섰고 바로 내릴 수는 없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충분히 연료탱크를 채웠다. 트랙에서 스타트만을 기다리는 근육질 카마로(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스포츠카 브랜드)에 비유할 수 있을까.
준비는 끝났다. 이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