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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an 22. 2018

인생의 가장 설레는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나요?

텍사스 산 안토니오에서 만난 녀석 2017
나는 지금 인생 최고의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다!
오늘 나는 설레는 맘으로 가방을 싸고 있다!


 테니스 혹은 지인들과의 데이트 유혹을 이기고 일요일 오후 달콤한 낮잠을 한숨 잔다.

 머리는 맑아지고 바이오 리듬은 최적화된다.

무얼 하든 행복할 시간에 아늑한 공간을 찾아 끄적임을 시작한다.



 매일 나를 처지게 만드는 걱정거리와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기지만

우선 감사한 일들에 감사해한다.


떡볶이와 라면을 먹으며 매번 감탄을 하고

직장에서 새로 사귄 동료들의 모습에서 호의를 느끼며

가끔 전화를 주는 동생의 목소리에서 견고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얻고

 아들의 노래를 늘 듣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연다.


중년이 된 친구가 카톡으로 "사랑한다 친구야! " 하며 문자를 보내오면

다시 어려진 모습으로 그 사랑에 응답하며

방 한 구석 혹은 배낭 가방 속 

진득이 읽히지 못하고 있는 책들과

 기회날 때마다 눈을 맞추고

언제든 들러 색다른 분위기 아래

모카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소박한 만족을 느낀다.



 이따금 확인하는 사실은 내 속에 거울에 비치는 나보다 훨씬 어린, 수십 년 동안 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 내가 있다는 거다.


 나보다 생물학적으로 어린 사람들 앞에서 혹은 아직 덜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점잔을 떨기도 하지만 내 안의 나는 수십 년 동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사람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모습이 바뀌질 않았다.


 누군가를 대하고 사귈 때에 그녀 혹은 그 안에 있는 내 속의 나와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어떨 땐 한 번의 만남으로도 내 안의 나와 그 안의 그가 서로의 존재를 알아본다. 몇 번의 만남이 필요하기도 하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키타큐슈 온가강과 서쪽 바닷가 사이

 기나긴 여행길 가운데 수많은 동행을 만나고 헤어진다. 

좀 더 오랜 시간 같은 곳으로 여행하기를 바라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지만 

아쉽게도 인생의 스케줄은 우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안내한다.


기장의 초저녁 어둠이 깔릴 때

 이별 앞에서 숙연해지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욱신거리기도 한다. 

가능하면 헤어지는 동행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다.

 

 정말 이 편리한 세상에서 감사한 일 가운데 하나는 

그리워질 그 사람과 연결된 끈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키타큐슈 와카마츠 서쪽 바닷가의 석양

그렇게 헤어진 그리운 이들과

기약하지 못했던 시간과 장소에서 해후를 할 때

그 반가움과 기쁨은 어찌도 그리 진한 건지.


왓슨스 베이 서쪽 해변

'삶이란 여행이다'라는 말을 듣고도 와 닿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스미듯 깨달았다.

진짜 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말이다.


내일을 알 수 없음에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도 있지만

삶이란 나에게 아프기만 한 길로 안내하는 게 아님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러 떠날 거라고.

평범하지 않은 삶만을 살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기나긴 여행길이

틀림없이 나를 또 새로움과 설렘이 가득한 내일로

안내하리라는 믿음이 생겼을 뿐이다.


그대여!

결심이 섰는가!

인생의 가장 설레는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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