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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과 사업가 (3)

이란 파트너와 이란 Biz 이야기

by 안드레아

『Dear M.

We always appreciate your support and cooperation.

Acc to our contract, the LC(Letter of Credit 신용장) of Esfahan Steel should be issued by tomorrow. Pls urgently check with the buyer what’s going on to inform us of the earliest LC opening schedule.


친애하는 M.

항상 당신의 지원과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계약서에 따르면 에스파한 스틸의 신용장이 내일까지 열려야 합니다. 조속히 바이어 측과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상의해서 가장 빠른 신용장 개설 일정을 알려주세요.


『Hi, Andy

Sorry for the delayed LC opening.

But I already explained the background to you several times. Why don’ you have some more patience? If you have troubles with this case, let me talk to your boss directly.

Now due to the unreasonable sanctions by UN and the bullshit U.S. all the buyers in Iran have hard time doing biz. We might have to use the other currency like euro or Japanese yen.』


안녕, 앤디

신용장이 지연되어 미안합니다.

그러나 내가 몇 번이나 당신에게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어요. 좀 더 참고 기다려요. 만일 이 건으로 당신한테 문제가 있다면 내가 직접 당신 상사와 얘기해 보겠소.

지금 UN과 빌어먹을 미국의 불합리한 제재 때문에 이란의 모든 수요가들이 비즈니스 하는 게 힘들어요. 우린 (달러 대신) 유로나 일본 엔 같은 다른 통화로 지불해야만 할지 모르겠네요.


그와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왠지 묘한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그는 대기업과 상대하며 보통의 개인 사업자가 보이는 부드러움과 상대를 맞춰주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게 별로 없었다. 언제나 직설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고 상대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컴플레인을 걸었다.


워낙 능력 있는 Agent이고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었기에 사소한 일로는 대부분 그가 좀 뭐라고 하더라도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이란 Biz를 맡고 나서는 뭔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느껴졌다.


한 번은 우리들이 요구하는 급한 회신 건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질의에도 별로 대답이 없고 자기 커미션 송금에 대해서만 채근을 하길래 나도 부아가 치밀어 전화로 대판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차분한 말투로 바이어 측의 신용장이나 Payment 등의 지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가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면서 자꾸 훈계조로 나오길래 언성이 높아졌다.


차분함이 사라진 나의 영어는 논리적이지 못했고 흥분한 상태의 동어반복과 고성으로 이어졌다. 팀장님과 팀원들이 나와 Mr.M이 전화로 싸우는 걸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저 왜 그 페르시아 왕하고 싸우고 그래? 아이고 사달 났네….


모두들 이런 눈으로 전화통을 붙잡고 열을 내고 있던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이란 담당을 하고 나서 한 삼 개월 간은 크고 작게 부딪히며 M과 실랑이를 벌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이따금 이메일로도 서로 엄청나게 강경한 말투로 자신의 입장과 어려움에 대해 표현했고 상대의 비협조와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공방전을 치러야만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란으로 첫 출장을 가게 되었다.


테헤란으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두바이를 경유해서 날아가야 했다. 비행기는 Emirate 항공. 난생처음 타 보는 에미리트 항공의 비행기는 단연 승무원들의 복장이었다. 원형의 빨간색 모자를 쓰고 하얀색 천을 머리에서부터 늘어뜨린 베이지색 정장의 스튜어디스들. 비행기에서부터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약 10시간에 걸쳐 도착한 두바이. 지금도 눈에 선한 광경은 두바이 국제공항의 백화점 같이 널찍하고 온갖 인종으로 북적대던 면세점의 모습이다.


요새는 인천공항에서도 가끔 보이는 중동 여인들의 전통적 복장. 특히 이슬람 수니파 쪽으로 보이는 여인들의 경우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색으로 온몸을 뒤덮고 눈만 겨우 뚫린 옷을 입고 마치 유령처럼 면세점 안을 거닐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 저렇게 어떻게 사나… 하는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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