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기름일 수도 있지만
ep.1 : 나는 왜 인터넷에서 말이 많아질까
승부욕이 없는 건지 경쟁이 싫은 건지, 어릴 때부터 술래가 있는 게임을 안 좋아했다.
술래잡기할 때 술래가 되면 나에게 잡히지 않는 친구들이 야속해졌고, 술래가 아닐 땐 나의 이 야속한 마음이 친구에게 옮겨갔을 걸 생각하니 좀처럼 짐을 덜어낸 기분보단 나눠 가진 기분이 들었다.
함께 놀며 야속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둘이나 생기다니! 아니, 어쩌면 세 명, 네 명일 수도 있었겠지.
그래서 누군가 술래가 되거나 대결하는 게임보다 친구가 하는 온라인 게임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나에겐 더 즐거운 놀이었다. 이런 소심하고 과도하게 남을 배려하는 성향 탓에 반 친구 모두와 친해지기보단 친구 한 명과 친해지고 그 한 명의 친구와 놀 수 없을 땐 대부분의 시간을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할애했다.
아이들의 세상은 가족과 친구가 전부다.
반에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은 그 한 명의 친구가 삐지는 게 부모님께 혼나는 것보다 무섭다.
“너 없어도 잘 놀거든?” 이 말을 못 뱉어서 누가 더 잘못했던 결국은 같이 놀 친구가 없는 쪽이 지게 된다. 소위 말해 서열이 나뉘는 것이다. 10대 때, 또래 사이 서열이 나뉘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항상 지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지 않다.
자신을 얕잡아보는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스스로 말을 덧붙여 의연하게 넘기는 척하거나, 동의하지도 반박하지도 않는 침묵을 지키는 것.
나는 침묵을 선택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원래부터’ 말수가 적은 사람이 되었다.
사실 나는 말이 많았다. 물론, 인터넷에서만.
쉬는 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당시 나에겐 아이돌을 좋아하며 가입한 팬카페가 있었다. 주변은 차단한 채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일정을 확인하느라 스크롤을 휙휙 내리는 게 10분간 자연스럽게 교실에 섞이는 방법이었다. 교실에선 물 위를 부유하는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선 누군가의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부류로 섞일 수 있었다. 애초에 물이 되고 싶던 게 아니다. 나와 섞일 수 있는 동일한 성질이 필요했던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