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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Sep 10. 2019

공익근무중에 논문을 몇 편이나 쓸 수 있을까

코딩하는 공익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식물은 양분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케일용 양액을 결구상추에게 주면 잎이 노래지다가 죽는것을 보니 식물마다 필요로 하는 영양분의 종류와 비율이 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값은 어떻게 추론할 수 있는가?


  올 봄에는 이걸 고민하고 공부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식물은 영양분 흡수를 수소 이온 H+의 농도 차이에 의존한다. 식물은 영양을 흡수하기 위해 쉴새없이 수소 이온을 몸 밖으로 뿜어낸다. 이렇게 밖으로 밀려나간 수소 이온은 양이온을 식물 내부로 밀어넣는 힘이 되고, 음이온을 끌고 함께 식물 내부로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기작을 수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떤 식물이건 가장 최적의 양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에는 식물을 동결건조하거나 불태운 재를 가루를 내어 영양분의 비율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양액을 설계한 뒤 실제로 몇 차례 재배실험을 하면서 양액의 조성을 추론했다고 들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아직도 간혹 보면 새로운 양액 조성을 밝혀내면 그게 논문으로 발표되곤 한다. 원예학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연구 프로세스를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싶었다. 그것도 내 복무가 끝나기 전에.


  그래서 양액에 대해 공부했다. 양액은 영양분이 녹아 있는 물이다. 그리고 양액은 화학 복잡계다. 복잡계는 쉽게 생각하면 복잡한 계다. 너무 복잡해서 내부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양액에 어떤 영향을 입력했을때,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힘들다.


대충 복잡하게 생겼다. 비료 주제 말이다. 농사가 이렇게 힘들다.


  양액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비선형 복잡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엄청 복잡한 시스템을 잘게 쪼개 하나하나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고, 다시 합친 다음, 자기네들끼리 유기적으로 잘 엉켜서 작동하는 복잡한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필자가 있던 연구실에서는 이런 걸 많이 연구했다.  


  막상 만들어 보니 이 시뮬레이터는 정말 잘 작동한다. 실험을 해 보니 이론값과의 오차가 0%가 나왔다. 당연히 논문을 썼다. 이게 이전 편에서 언급했던 논문 중 하나다. ICTC 2019라는 학회에 붙었다.


  Ban, B., Lee, M., & Ryu, D. (2019). ODE network model for nonlinear and complex agricultural nutrient solution system. arXiv preprint arXiv:1907.10800.


 이론적인 뼈대가 만들어졌다. 이제 이걸 사골국물처럼 푹푹 우려먹기만 하면 된다. 이론을 현실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인지 고민해 봤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hban.tistory.co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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