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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Sep 05. 2021

토마토 스파게티



토마토 스파게티



재료

  토마토  1개   방울토마토  5개

  올리브 오일  10mL   양파   1/4개

  마늘   1개   바질잎  4장

  소금   3g   후추   1g

  파스타 면  70g



재료 밑준비

  ① 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십자로 칼집을 넣는다

  ②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반으로 썰어 둔다

  ③ 양파는 잘게 다져둔다

  ④ 마늘은 얇게 썰어주거나 칼 옆면으로 으깨어 준다

  ⑤ 바질잎은 얼음물에 잠시간 담궈뒀다가 꺼낸다



소스

  끓는 물에 토마토를 살짝 데친다. 껍질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이다. 토마토에도 껍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을 때 기분이 몹시도 이상했다. 

  으레 껍질이라 하면 수박이나 귤처럼 벗겨내지 않고서는 달콤한 속살까지 닿을 수 없거나, 사과나 배처럼 과일 본연의 맛을 해치는 존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과일의 풍미를 즐기고자 하는 우리에게 껍질이란 물리적, 화학적 방해요소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토마토를 먹는 도중에는 토마토에 껍질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묘하게 질겅질겅 씹히면서도 톡톡 끊어지지 않는 얇은 막이 제공하는 이물감이 혀와 이 사이 어딘가를 찝찝하게 스치고 지나가기에.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기억에서 휘발되기 마련이다. 걸리적거리지만 방해가 되지는 않는 것이 토마토 껍질의 섭리이기에. 분명 토마토가 야외에 버려진 채 풍부한 과즙을 채워나가는 동안에도 껍질이 토마토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으리라.

  그리 생각하면 너는 참 토마토같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너에게서 가식이라는 껍데기를 보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네게 다가갈 수 있었고, 무심하게 너의 안을 흔들어놓았던 것은 아닐까.

  수를 부리지 않아도 속내를 알기 쉬운 사람.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은 슴슴한 사람. 그럼에도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던 사람. 그래, 그게 너였다.

  너는 나의 작은 호의에 마음을 모두 열어버렸고, 나조차도 잊어버렸던 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며칠 밤을 새었다. 그 날 네 모습은 마치 껍질을 잃고 녹아내린 토마토와 같았다.

  토마토라, 토마토 즙이란 옷에 한 번 묻으면 좀처럼 지워지는 일이 없다. 마치 그날 뜨겁게 부딛혀 온 너의 진심과도 같이.

  토마토의 표면이 뜨거운 물을 만나 충분히 따뜻해졌다면, 온기가 내부까지 스며들기 전에 건져내어 차가운 물에 담근다. 손쉽게 껍질을 벗겨낼 수 있을 것이다.

  스파게티를 만들 때마다 토마토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난다. 따뜻함에 안심하고 속마음을 내려놓을 준비를 한 너를 차갑게 식혀버린 다음, 거칠게 껍질을 찢어내어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어버려야 하니 말이다. 

  사람의 마음에 미숙했던, 너의 진심을 너무나도 가벼이 여겼던 나의 지난날이 떠올라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그조차 한 순간일 뿐이다. 이미 너의 얼굴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토마토의 말랑말랑한 촉감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껍질이 벗겨진 토마토는 최대한 잘게 다져 준다. 아예 으깨거나 칼 옆면으로 뭉개버린 다음 다지듯이 칼질해도 좋다. 섬유질의 길이가 너무 길지 않게 손질해 주면 충분하다. 과즙도 알뜰하게 챙겨주자. 가장 맛이 진한 부분이니.

  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양파, 마늘을 함께 넣고 센 불에서 천천히 볶아 준다. 버섯이나 베이컨을 좋아한다면 이 즈음 추가하여 함께 볶아줘도 좋다. 

  양파의 색이 변하고 달콤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면 방울 토마토를 추가하여 조금 더 볶아준다. 방울 토마토의 수분기가 날아가며 껍질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면 토마토와 과즙을 추가하고, 물도 한 컵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졸여 준다.

  물이 충분히 졸아들었다면 소금을 조금씩 추가하며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짠맛을 더한다. 간이 맞아들어간 시점에서 다시 물을 반 컵 추가하고, 천천히 졸여주며 모든 재료의 성분이 천천히 우러나와 한데 어우러질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자.

  이때 취향에 따라 향신료를 추가하여도 좋다.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서 면을 투입한다. 파스타는 반죽을 가공하는 형태나 면의 두께에 따라 필요한 가열 시간이 천차만별이므로 제품의 포장지 뒷면에 기재된 모범 레시피를 그대로 준수한다.

  익은 것 같아 보여도 속은 딱딱할 수 있고, 반대로 덜 익은 것 같아 보여도 뚝뚝 끊어질 정도로 오버쿡되었을 수도 있으므로, 라면에 익숙해진 우리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기 보다는 제조사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된다.



마무리

  충분히 조리된 면을 건져 소스가 끓고 있는 팬에 조심스레 옮겨담는다. 조금만 방심해도 면이 미끄러져 소스와 면수가 온 사방에 튀어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면수를 한 숟갈 프라이팬에 추가하고, 강한 불에서 볶아 마무리한다. 소스도 면도 이미 완성된 상태이므로 한 소끔 끓어오를 때까지만 가열하고 중지해도 좋다.

  볶아진 면을 접시에 예쁘게 옮겨담는다. 필시 프라이팬에 소스 건더기와 방울토마토의 잔해가 남아있을 것인데, 이는 면 위에 조심스럽게 옮겨 얹는다. 마무리로 맨 위에 바질잎을 얹어 플레이팅을 마무리한다.



봄 스파게티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는 덜 익은 스파게티 면처럼 구색은 갖추었으나 어색하고 불편했다. 너도, 나도 이성 관계는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남들은 다 이런거 저런거 하고 놀던데, 막상 그것을 따라해 보니 어색하기만 하고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 용기를 끌어내어 관계를 재정립한 것이 무색하리만치 우리는 그저 서로를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더욱 편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첫 데이트를 몹시도 기대했었고, 우리의 첫 데이트는 우리의 관계에 끝을 고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너도 나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고, 나도 너의 마음을 알았던 것 같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 끼 식사 메뉴도 그리 성의 없이 정해졌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여자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네가 생각했던 적당히 나쁘지 않은 메뉴 사이의 교집합에 공교롭게도 파스타가 있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파스타는 별로 맛이 없었다. 내가 요리했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맛있었을 텐데.



치즈케익 스튜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북이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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