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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Sep 05. 2021

냄비 떡볶이

여름



냄비 떡볶이

재료

  가래떡  200g  어묵  100g

  양배추 100g  양파  1/2개

  대파  1가닥  쪽파  2가닥

  계란  1개  참기름  1Ts

  고춧가루 2Ts  간장  2Ts

  설탕  4Ts  고추장  1Ts

  다시다 1Ts  후춧가루 1Ts



재료 밑준비

  ① 뜨거운 물에 가래떡을 담거 불려 둔다

  ② 양배추는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다

  ③ 양파는 얇고 긴 모양으로 썰어 둔다

  ④ 계란은 삶아서 반으로 잘라 둔다

  ⑤ 대파는 가래떡 크기로 썰어 둔다.

  ⑥ 쪽파는 잘게 다져 둔다.



양념장

  작은 그릇에 소주잔 한 장 분량의 물을 넣고 참기름, 고춧가루, 간장, 고추장, 설탕, 다시다를 모두 넣고 버무린다. 양념장은 바로 사용해도 좋지만 랩을 덮어 냉장고에서 하루 재워두고 사용하면 더욱 맛이 풍부해진다.   

  


떡볶이 만들기

  냄비 떡볶이는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으면 훨씬 맛있다. 단순히 따뜻한 음식을 즉시 섭취할 수 있기에 맛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 가운데에 불을 올려놓고 먹는 식사를 선호했다. 나에게는 네가, 너에게는 내가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너는 한 맺힌 사람처럼 식사 메뉴 선정에 집착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인도에서 지냈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예 훨씬 어릴 때부터 타향 생활을 했다면 현지의 음식 맛에 길들여졌을 터지만 너는 이미 음식 취향이 어느정도 만들어진 이후에 해외로 건너갔으니 말이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고향에서 항공우편으로 보내 준 소중한 컵라면을 먹고는 싶으나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없었기에, 아침에 컵라면에 찬물을 부어두고 저녁에 돌아와 충분히 물에 불어 풀어진 면을 건져 먹었다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 스스로를 그 상황에 대입해 보며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새삼 네가 참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현지인들이 김치를 뺏어 먹어 한국인들과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던 모습도 참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다.

  열 걸음만 걸어나가도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즐비한 궁동 대학가 카페에 앉아있으면서도 너는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심각한 표정으로 폰을 꺼내 주변 맛집을 검색하곤 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게나 진지함에도 가게의 분위기나 재료의 원산지 등을 깐깐하게 따지는 피곤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 너의 장점 중 하나였다. 

  우리는 주머니가 가벼운 학부생 꼬꼬마들이었고, 네가 매번 골라 오는 가성비 맛집은 내게도 몹시나 만족스러운 장소였으니 말이다.

  카이스트 앞 어은동 상권에 비해 충남대 앞 궁동 가게들은 정말 대학가라는 말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만 원 짜리 한 장이면 성인 두 명이서 배부르게 먹고 후식까지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뼈대탕이니 묵찌빠니, 다른 동네에서는 도무지 팔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엉성하고도 어설픈 음식을 대접하는 식당이 우리의 주 무대였다. 자연스레 우리는 궁동까지 걸어나가 시간을 보냈다. 왕복 한 시간이 걸리는 데이트코스라니.

  그러던 와중 궁동 백종원이라 불리는 거인께서 우후죽순 사업체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즉석떡볶이 집을 정말 좋아했다. 

  오 천 원이면 마음에 드는 재료를 마음껏 집어먹을 수 있었으니. 점차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떡볶이로 거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이 잦아졌었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걸쳐 여러 종류의 추천 레시피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걸 모두 다 시도해봤고, 결국에는 우리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맛있는 냄비 떡볶이를 즐기려면 도구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얕고 넓은 냄비를 하나 준비하자. 냄비 바닥에 양파를 넓게 깔고 그 위에 어묵과 떡을 얹는다. 한쪽 구석에는 대파를 차곡차곡 채워넣는다. 혹시 면사리를 추가하고 싶다면 잠깐 삶아 설익은 상태의 면을 지금 냄비에 추가하면 된다.

  마무리로 양념장과 삶은 계란을 얹고 물을 붓는다. 냄비 준비는 모두 끝났다. 냄비를 부르스타에 올려놓고 약불에서 천천히 가열한다.

  냄비 떡볶이가 끓어오르기를 기다리며 곁에 앉은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자. 냄비의 음식을 함께 나누는 요리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비법은 좋은 사람과 나누는 즐거운 이야기다.



여름 냄비 떡볶이

  그래, 분명 즐거웠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네가 귀찮아졌다. 너도 그랬을 것이다. 점차 부정적인 이야기가 식탁 위에 올라오기 시작하니 점점 너와 함께하는 식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합창 연습이 끝나고 너와 함께 때 지난 저녁을 먹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지. 바로 그 해, 여름이 지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합창 연습이 끝나면 바로 기숙사로 돌아가 혼자 라면을 챙겨먹고 일찍 잠에 들고 싶었다.

  어느 날 필통에 넣어 둔 펜이 터지며 잉크가 스며나와 가방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치 우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속으로만 삭이던 부정적인 생각이 이미 통제를 벗어나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마지막은 납득할 수는 없었으나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 먹은 떡볶이 냄비에는 육수와 면사리를 더 넣어 새로운 국면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마냥 그렇지 않은 법이더라.



치즈케익 스튜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북이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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