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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Mar 03. 2019

최저임금에 대한 생각

인간의 가치, 시간의 가치

  노동청에서는 최저임금이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최저임금 미준수는 아주 훌륭한 처벌사유다. 2019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이며 월급 1,745,150원이다.


  근로는 일정 시간동안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행위다. 필자가 만나본 사업주들은 근로계약을 '연봉을 지불하여 근로자를 쇼핑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온라인으로 신발을 살 때에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처럼, 적절한 인재를 최저가로 확보하싶어 하는 것이다.


 근로라는 것은 근로자의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여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업주에게만 일방적으로 선택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구직자는 취업시장에서 자신이 가진 가치를 금전적인 수치로 환산하고, 그 금액으로 구매 가능한 최고의 직장을 쇼핑하는 입장인 것이다. 연봉이 비슷하다면 조금이나마 출근이 용이하고 복지헤택이 잘 구비된 사업장에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는 사업주와 구직자 사이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 균형이란 대체로 사업주들이 각각 원하는 인재의 수준과 지급하고자 하는 연봉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고, 구직자들의 희망 근로조건 또한 한 곳에 편중되지 않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직종으로는 간호사가 있다.


  간호사라는 직종은 국가에서 자격면허를 관리하므로 아무나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고, 전국적으로 항상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직업이다. 2~3교대근무로 업무강도가 높고 태움이나 진상고객 응대 등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장기근속률이 낮다. 그런데 시장에서 수요는 항상 있기 때문에 재취업이 활발하다. 대한민국의 직업시장 치고는 고용유연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 분야 취업시장은 모양새가 참 재밌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신입에게도 4~5500만원 상당의 연봉을 제시하는 사업주가 있는 반면에, 경력자에게도 3천만원 미만의 연봉을 제시하는 사업주도 있다. 누가 후자를 택하겠냐는 생각을 하겠지만 업계 종사자로부터 들은 정보에 따르면 병원에 따라 의외로 후자의 경우에도 지원자가 꽤 온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교대근무가 없거나 업무강도가 약한 등 급여가 많이 낮지만 근무환경이 좋은 경우는 충분히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사업주와 구직자 모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도 넓고 원하는 제품사양도 다양한 시장인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비교적 양방 모두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매칭이 성사된다.


  하지만 구직자와 사업주 사이의 권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 하는 분야가 더욱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대기업이나 공기업 채용시장에서는 사업주가 슈퍼 갑이다. 상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쪽에서는 간혹 구직자가 갑이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근로 난이도는 조금 있지만 근무강도가 많이 약하거나, 반대로 근무강도는 조금 높지만 어떠한 전문성도 필요없는 직종을 생각해 보자. 사업주는 약한 근무강도나 낮은 전문성 등의 사유가 적정연봉을 일정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낮은 연봉으로 그 일을 처리할 직원을 채용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구직자는 근무 난이도나 근무강도가 가진 부정적인 점을 먼저 고려하여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고싶어 할 것이다. 양자의 이해 불일치는 공고연봉이 최저임금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진다.


  최저임금은 인간의 시간과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를 국가가 나서서 정해둔 것이다. 워낙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이니 설명을 아끼겠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곰곰히 곱씹어 보자면 최저임금은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최하위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사람의 노동이 가진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구인시장에서 많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최저임금만 맞춰주면 구직자들이 제발로 찾아올 것으로 착각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있나. 그런데 왜 지원자가 없는지 문제를 사업주 본인에게서 찾는게 아니라 구직자를 폄하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많은데 일 할 의지가 없다."는 끔찍한 헛소리를 정말로 입 밖으로 꺼내는 악당도 있다. 심지어 '막상 일을 시켜보니 일이 쉬워보여서, 또는 일이 적어보여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있다.


  최저임금으로 낸 공고는 (1) 직무능력에서 전혀 특별한 경쟁력이 필요하지 않아 정말로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공고거나, (2)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을 '할 줄만 알면' 그쪽 업계에서 대한민국 최하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채용할 의사가 있는 공고로 해석해야 한다.


  이에 대한 고찰을 해 본 적 없는 사업주는 최저임금으로 채용공고를 내 놓고서 지원자들의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혀를 차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최저임금에 가까운 가격대에서 형성된 구인시장에서는 구직자가 갑이 된다. 명백히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을 능력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값을 깎으며 하향지원을 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품질이 나쁜 제품을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는 것과 같다. 높은 노동가치로 낮은 임금을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을 행위라는 것이다.


  많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으로 공고를 올리고서 "제발 우리회사에 지원해주세요!" 라며 허우적거린다. 막상 능력에 걸맞는 연봉을 희망하는 구직자는 채용할 의사도 없으면서, 경쟁력은 갖췄지만 최저임금으로도 채용 가능한 가상의 구직자를 찾아다니며 스스로 을이 되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최저임금으로 채용하고 싶다면 정말로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어찌 운이 좋아서 고용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여러 편의 글에서 몇 번째 강조하지만 유능한 인재와 함께하고 싶다면 기업은 더욱 유능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 고용주의 유능함을 판단하는 척도는 매출성장이나 인증, 상패 따위가 아니라 바로 직원에게 지급하는 연봉이다. 현금지출이 부담스럽다면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눈을 많이 낮추거나.


  정말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는 자신의 가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여기는 기업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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