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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Mar 29. 2019

노동청 공익과 행안부 출장

코딩하는 공익 (20)

  지난해에는 복무 중에 어떻게 하면 행정혁신의 필요성을 전 국민들에게 촉구해 공직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대부분의 심력을 소모했다. 청소를 하면서도, 화장실 휴지 박스를 창고에서 꺼내면서도. 그게 결국 돌고 돌아서 공무원들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민원 개수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청와대의 초청으로 출장을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많은 연락이 왔지만 대부분의 요청을 전부 거절해 왔다. 이미 행정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자극하겠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뿐만은 아니긴 하다. 사람 오라 가라 불러놓고 특별휴가(군인의 포상휴가와 같은 개념) 하나 챙겨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노동청 안동지청에서 큰 일 했다며 2일을 챙겨줬을 뿐. 열정 페이 시키려고 연락 주는 높으신 분들도 많았다. 심지어 처음 뵙는 본부 5급이 찾아와 복무 중에 뭐 좀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어떤 대가를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말을 돌리시더라. 자세한 스토리는 훗날 나올 책에 상세하게 적을 것 같다. 하. 통신보안.


  사실상 코딩하는 공익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필자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개선된 행정을 원하고 있고, 행정혁신을 기획하고 계시던 분들 중 몇몇은 아이디어도 받아갔다. 필자의 생각에 이 정도면 평균적인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복무 중에 생산하는 사회적 효용성을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므로 이제는 여유시간을 필자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필자는 노트와 펜을 들고 출근해 자투리 시간마다 연구를 하고 있다. 필자는 사회복무요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학자다. 행정혁신이나 업무 자동화보다 자연의 신비를 밝혀내는 게 더 재밌고 보람차다.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 공유하는 것은 전 세계 인류와 후손에게 기여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론 연구는 노트와 펜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아니, 계산이나 수식 유도를 하지 않을 때에는 그 조차도 필요 없다. 빗자루질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연구는 할 수 있다. 덕분에 벌써 논문을 쓸 수 있는 성과도 두 건이나 나왔다. 복무 중에 해외학회를 참가하는 데에는 큰 제약이 따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에 휴가 쓰고 다녀오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퇴근 후에는 누워서 논문을 읽거나 글을 쓴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출판 계약이 성사됐다. 일반인을 위한 업무 자동화 매거진을 다듬어서 "비전공자가 읽을 수 있고 당장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업무 자동화 책"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생능출판사와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의 복무가 끝난 이후 출간될 예정이다. 코딩하는 공익 책도 그쯤 나올 것 같다.


  무튼 여가시간을 남 좋은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쓰레기 정리하고, 화장실 휴지 교체하고, 우편 정리하고. 복무에 있어서는 딱 사회복무요원 1명 분의 소임만 다하려고 한다.


  "내가 정부에 자문 한 건 하는 것보다 연구노트 한 페이지 더 쓰면 그게 인류와 후손들에게 더 큰 기여다."


  이게 요즘 필자의 개인적인 복무 신조다. 국방부 시계가 정말 빠르게 돌아간다. 아마 지금의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군생활을 재밌게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제안을 수락했다.


  뒷 부분은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hban.tistory.co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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