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연말정산 못해먹겠다.
직원 연말정산, 어떻게 하는 거야?
***이 글은 연말정산 시도하려다가 때려치웠다는 글입니다. 아래 '개인사업자 직원 연말정산 성공기'로 이동해주세요!***
J를 직원으로 등록할 때만 해도 연말정산은 생각도 못했다. 단지 건강보험을 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로 해서 조금이라도 덜 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월급쟁이일 때 사대보험료를 얼마나 냈는지 몰라서 사실, 적게 내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겠지만...
Tip.
1인 개인사업자는 사대보험 중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지역가입자로 가입을 하게 되며, 재산(주택, 자동차 포함)과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된다. 만약, 직원을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직장가입자"로 국민연금,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급여가 가장 높은 직원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J는 사업주인 나와 같은 세대이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고용보험을 가입할 경우 실업급여 부정수급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부가가치세 신고를 명절 전에 끝내고, 생각보다 쉬워서 세무대리인 없어도 되겠네, 안심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J가 본인 연말정산했냐고 물었다. 연말정산 자료를 pdf로 다운받아서 직장에 제출만 해봤지, 내 직원 연말정산을 해봤을 리가.
다들 직원 연말정산을 어떻게 해준 거야?
copyright. 2020. Negative Space. All rights reserved.곧장 검색에 들어갔다. 젠장. 전부 근로자 기준 연말 정산하는 방법이다. 아니 다들 직원들 연말정산을 어떻게 해주고 있는 거지? 전부 세무대리인에 맡기는 건가?
국세청 홈택스에 들어가 봤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국세청이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홈택스를 통해서 연말정산업무가 가능했다. 우리는 유형5에 해당되리라.
국세청. 편리한 연말정산 이용방법.그래. 이번에도 홈택스만을 이용해서 해보자. 굳게 마음먹었는데, 근로자 기초 자료 등록에서부터 막혔다. 그니까 우리 회사에 이런 직원이 있다고 업로드하는 건데, J의 종전근무지 입력에서 막힌 것이다. 종전근무지 근로원천징수영수증도 없고 사업자등록번호도 모른다.
J의 공제증명자료라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다운받아두려고 하니, 근무기간에 지출한 비용만을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들이 있다고 한다. 안내에 따르면 J가 근로하지 않은 기간에 쓴 신용카드는 소득공제가 안된다는 것. 그렇다면 현금영수증은 된다는 건가? 아니면 "신용카드 등"이니까 현금영수증도 공제가 안된다는 건가?
신규 입사자나 중도 퇴사자의 경우 근무기간에 지출한 비용만을 공제받을 수 있는 공제항목들이 있는데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월을 선택합니다.
[간소화 서비스의 소득·세액 공제자료 중 근로기간 중에 지출한 비용만을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
- 특별소득공제 중 주택자금(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공제
- 주택마련저축(청약저축, 주택청약종합저축)소득공제
-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 소득공제
- 연금계좌(퇴직연금, 연금저축)소득공제
- 특별세액공제(보장성보험료,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료,의료비,교육비)
출처. 국세청 편리한 연말정산 이용방법. 유형5 근로자 동영상.
주택청약저축은 아예 간소화 서비스에 잡히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 청약저축이 안 잡혀서 은행에서 뭔가 서류를 받아 회사에 제출했던 기억이 났다. 그럼 그 회사에서는 내 서류를 받아서 어떻게 처리했던 거지?
아아아아 모르겠다ㅏㅏㅏ
2019년 결혼 전날 마지막 출근했고, 몇 개월 뒤 개인사업자를 냈다. J는 내 퇴사 후 잠시 회사를 다니다 내 직원이 되었다. 둘 다 1년 간 한 군데 직장을 다닌 것도 아니고, 같은 세대이다 보니 얽히고설켜서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이 난이도는 나의 것이 아니다. 저 세상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둘이서 씨름을 하다 결국 포기했다.
우리는 1월 근로자 연말정산 대신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노리기로 했다. J는 종소세 신고를 해본 경험이 있었고, 세무서에 가니 알아서 해줬다고 했다. 그냥 그 경험을 믿기로 했다. 가끔은 빠른 포기가 정답일 때도 있는 법. 그리고 원래 하던 일에 다시 착수했다.
검색을 해보니 개인사업자의 경우 연말정산을 잘 안 해줘서 근로자 개인이 5월에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 J가 알아서 하면 되는 일이었군. 속 편한 대표로 남으면 될 것을, 괜히 해준다고 낑낑거리며 찾아봤다. 가 아니라 가산세 때문에 다시 시도해서 성공했다. (성공기는 여기로 이동)
창업을 하고 나니,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매달 원천세 정기신고도 해야 하고,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고 자잘하게 손 가는 것들이 많았다. 그냥 월급 받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일들이다. 그리고 별 일 아니라고 우습게 생각하고 적은 임금으로 사람을 부리려고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에게 '경리'라고 부르며 일을 맡기면서 말이다.)
교직원으로 일할 때, 하나의 조직이 돌아가는 건 구성원 개개인의 많은 수고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이미 깨달았지만, 오늘 새삼 또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이 확장되고 흥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연한 수고를 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앞으로도 계속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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