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의 시작은 수집의 수집 첫번째 물건인 도라에몽 지갑 편으로 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뭔가 그 편이 깔끔하잖아요. 물론 300편이 훌쩍 넘는 물건들을 다 이야기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1편은 1편으로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어찌보면 이 압박이 ‘에세이를 써볼까…’하는 고민의 최대 진입장벽이 아니었을까? 아 해야만 하는거면 안 할래요. 누가 정해놓은거 하기 싫다구요. 그 <누가>의 정체가 나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하고 싶은거 할거란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수집의 수집 1편을 선정할때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물건을 정리하다가 ‘이거 아직도 안 버렸네… 이제 슬슬 버릴까? 막상 버리려니 아까운데. 사진이라도 찍어놓는게 좋겠지?’정도의 가벼운 마음. 콘텐츠를 어쩌다 시작했는지, 너무 뻔한 얘기지만 한번은 해야 본편에 들어가기 딱 좋아서. 이왕 하기 싫은 김에 이 이야기나 꺼내봐야겠다. 말하자면 이 편은 1편임과 동시에 일종의 <들어가기에 앞서>코너와도 같다. 아 그럼 진짜 <들어가기에 앞서> 코너는 따로 못하나? 2개로 나눠 쓰면 안되려나. 나 그거 되게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집이 좁은 사람은 수집을 하기가 힘들다. 지난 여름 바다에서 주운 돌멩이나 너덜너덜해진 애착 신발. 선물 받은 캐릭터 지갑마저 집이 좁으면 언젠가 버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진짜로 버리기엔 물건에 대한 내 집착을 외면하기 힘들다. 책장에서 넘쳐흘러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들 사이에 섬 같은 침대에 새우잠을 잔다. 수집이냐 인간다운 삶이냐. 버려야 할 때를 모르는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러는 와중에 찾아간 극장에선 마이크 밀스의 <우리의 20세기>가 상영중이었고. 그레타 거윅이 연기한 애비라는 캐릭터가 사물을 기록하는 방식이 때마침 흥미롭게 다가왔다(너무 때마침이라 양심 고백하자면, 원래 고민은 몇년간 해왔고 한참 뒤에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을 굳혔다). 그래, 이거야! 애정이 가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거기에 간단한 코멘트를 쓰자! 블로그 같은데에 올릴까? 사진을 찍으려면 배경지와 조명이 있어야겠지? 카메라는 뭘 쓸까? 필름? 폴라로이드? 분수에 맞게 디지털?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첫 촬영이 있던 날 밤. 절망적인 사진 퀄리티를 보고 기록을 때려치웠다. 이따위로 남길거면 그냥 버리고 후회하고 만다! 꿈은 높았으나 현실이 시궁창인 케이스였다.
그때가 얼추 2016년이었으니까. 수집의 수집 1편이 올라간 2022년 3월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지나간다. 6년간 사진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었고, 물건들은 쌓여만 갔고. 집은 한결같이 좁았다. 달라진게 있다면 유튜브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엔 사진만 올리던 때가 지나가고. 대 숏폼 시대, 릴스 쇼츠 틱톡이 판을 치는 시대가 찾아왔다는 것과. 생각보다 나에게 숏폼의 재능이 있었다는 것. 별 생각 없이 찍어 올렸던 <도라에몽 지갑>편은 3개의 플랫폼을 합쳐 100만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롱폼으로 낑낑대던 나의 채널은 어느새 2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좀 너무 거창하게 말한 것 같아서 금새 후회가 되네요. 그정도는 아니고, 그냥 영상 몇개 터져서 운 좋게 알고리즘을 탔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소중한 물건을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안겨주었죠. 이 책은 숏폼 콘텐츠 길이가 너무 짧아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 혹의 혹은 물건을 핑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에세이가 될 예정입니다. 아직 책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주제에 책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저를 믿고 책을 구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아직도 안 나왔나요? 그럼 읽어주시는 것 까지만 감사하겠습니다. 수집의 수집,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