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 틴케이스

by 윤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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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동파 사건때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에 안 쓰는 온갖 물건들을 처분하던 그 날. 2002년 이후로 집에 공식적으로 CD 플레이어가 하나도 없게 된 순간. 나는 다짐한다. “이제 더 이상 음반을 구매하지 않겠어!” 한 평생 음악은 피지컬 앨범으로 들어야지, 를 외치고 다니던 나로서는 나름 충격적인 선언이었다. 그렇지만 프리랜서를 가장한 한량 백수에게, 앨범 한장 살 돈으로 유튜브 뮤직 한달간 전 세계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건 사실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래 나쁜건 내가 아니야! 이렇게 싼 가격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나쁜거다!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음악들은 발매되고 있고. 그 음악들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는 것 만큼 만만한 행위도 없을 것이다. 확실히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가고. 여기 저기 자랑하고 티 낼 수 있는 피지컬이 생기고. 심지어 이게 CD 플레이어가 있으면 음악도 들을 수 있다니깐요? 얘야 여기 앉아봐라. 옛날 옛적에 CD라는게 있었는데… 솔직히 CD는 LP보다 수명이 짧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왜냐면 굿즈로 사는건 둘 다 똑같은데 LP는 판이라도 크고 듣는 자세가 좀 멋지잖아요. 그 바늘 얹어 놓는 퍼포먼스. CD는 뭐 거울 대신 쓰는거 말곤 잘난거 없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렴과 발산>은 너무나도 위대한 음반이었고. 아, 너무 좋다! CD를 사서 내 애정을 티내고 싶다! 아니, CD는 더 이상 사지 않을거야. 듣지 않는 사람이 CD를 사는 것 만큼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없지! 내 속의 내가 너무 많이 싸워서 그냥 입 닫고 음악이나 듣던 나에게,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머천다이즈 행사가 있었다. 정작 이 행사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불광동이었나 어디였나… 검색해보니까 2017년 <머천다이즈페어>라는 이름으로 서울 혁신 파크에서 진행한 행사였군요. 암튼 거기서 이 수렴과 발산 틴케이스를 보자마자 그래! 이거다! 틴케이스는 그래도 어디에 쓰긴 쓰잖아! 하는 생각으로 구매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 번도 쓴 적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XR1H8tm_h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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