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넬의 서재 Mar 28. 2021

연령대별 깨달음의 단계

성장이란 그런 것이다.

 BGM: HAEVN - The Sea 함께 듣기 추천 



성장이란 그런 것이다. 


쌓여가는 경험만큼 나를 더 높은 수면 위로 끌어올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내가 잠겨있던 공간이 어두운 물 속인 줄도 몰랐는데, 오랜 시간 발 밑의 경험들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올려 숨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처음으로 물 밖에서 들여마셔보는 공기에 놀라 폐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느끼는 전율과 오한이다. 수면 위로 머리만 간신히 내민 채 느끼는 머리와 가슴의 온도 차이다. 바다에는 사실 두 다리를 내딛어 걸을 수 있는 육지가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그것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머리로 인지하면서도 아직 적응하지 못한 두 다리가 마음껏 달리기에는 아직 턱없이 연약한 것이 내 유년기의 성장이다. 


세상이 흐릿한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또렷하게 보이면서 바닷물과 스스로의 눈물을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장이다. 머리 위의 검은 하늘에 박힌 별을 보고도 세상이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원대하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혹감이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이, 내 신체가 사실은 다른 용도에 최적화가 되어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갑자기 새로운 차원이 열리면서 느끼는 해방감과 두려움이다. 나 스스로를 한정된 공간에 끼워맞출 필요가 없었음을 최초로 받아들임이 내 초년기의 성장이다. 


육지와 바다 사이를 오가며 유유히 두 세계를 골고루 향유하는 해방감. 철없던 시절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출구가 없는 세상 앞에 절망하는 대신, 이제는 내 몸을 움직여 땅을 짓밟고 달리는 것이 성장이다. 발바닥과 까슬까슬한 모래알 사이 마찰을 느끼며 허파로 숨을 쉬는 모습이다. 세상을 이겨보겠다는 알량한 자존심 대신 불필요한 충동을 피하며 나에게 맞는 세상을 찾아갈 자유다. 의미없는 말싸움보다는 세상을 관통하는 눈빛으로 태양을 한 번 바라보는 것이 내 청년기의 성장이다. 


세상 그 어느 곳도 결코 완벽할 수는 없음을 수용하는 것. 많은 세상을 경험한 뒤, 나의 위치와 터전을 확고히하는 것. 내가 절대적을 완벽해질 수 없는 것처럼, 세상 또한 팽창을 통해 나와 함께 커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렇기에 세상에 대한 모든 기대와 환상을 내려놓아 어떤 일에도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는 것이 다음 차원의 성장이다. 바다가 썰물과 밀물을 반복하고, 태양은 뜨고 지기를 반복하듯, 우주의 이치는 태초부터 정해져 있기에 우리는 단지 그에 맞춰 살아감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 중년기의 성장이다. 


큰 우주적 이치로 보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는 결국 내가 스스로 자초했음을 시인하는 것. 그러므로 모든 것은 내가 감사하고 간절한 만큼 현실화된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항상 살아숨쉼에 감사하고, 세상 만물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이 내 노년기의 성장이다. 내가 죽는 날까지 나는 결국 이 거대한 우주의 일부로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음에 감사하는 것이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더 나눠주지 못했음을, 더 아껴주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것이 후회로 남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남기고 가야할 마음이다. 





태어나버린 이들을 위한 삶의 방법론 <말장난> 

모두가 한번쯤은 마주해야 할 깊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성장형 에세이. 숨겨두었던 기억 속 어둠을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내면의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치유의 여정. 태어나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서사시.



무료 <말장난> 미리보기 다운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