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

어부

사람을 낚게 될 어느 어부의 이야기

by Anarchist


이곳은 수많은 은하계 중의 아무 볼품없고 흔해 빠진 조그만 나선형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구상성단의 34번째 항성을 끼고 공전하는 세 번째 행성이다. 이 행성에는 조그만 위성 한 개가 타원궤도를 그리며 평화롭게 돌고 있다.


나는 이 행성의 조그만 바닷가(호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고기 잡는 법밖에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부가 되었다. 고기를 잡는 여러 가지 노하우를 아버지에게 전수받았고 아버지께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후에도 나는 여전히 아버지께서 하시던 일을 이어서 하고 있다. 그대로 나는 어부의 길을 이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 그물을 고르고 있는 내 아들 역시 어부의 운명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나도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아들에게 전해주었으니까….

그때로부터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난 걸까….

우리는 그 시골에서 올라온 목수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했었다. 나는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를 기억해본다.



그 목수란 사람은 언젠가 길거리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었다.

“나는 이제 앞으로 당신을 돌덩이.라고 부를 거요.”

라고 말을 해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사람을 쫓아가서 한방 날려주고 싶었지만 금세 사라지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이상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 이름은 “사이먼 피터 락”

이름에 ‘바위’라는 의미의 단어가 들어있긴 하지만 콕 집어서 그렇게 말할 필요까지 야 없지 않으냐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무례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로 인해 그날 생선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잊혀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문. 세상을 제국에게서 구원할 지도자가 나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는 슈퍼맨처럼 전문의사도 아니면서 각종 암과 오염에 의한 기형아로 태어난 아기들 또는 그렇게 그대로 자라 버린 어른들의 유전병까지 고친다는 허무맹랑한 소문까지 들려온다.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세상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외계에서 쳐들어온 제국군에 의해 이 행성은 그야말로 식민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 제국의 본거지조차 어디인지 우리의 과학기술로는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고 우리의 생활은 자연히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자의적으로 세운 총독부의 관리들이 중간에서 세금을 떼어먹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날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고 민중들은 자연히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지스탕스를 조직하여 제국군의 전함이 있을 법한 장소를 알아내어 테러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로 인한 보복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미개한 문명의 더러운 원시 종족일 뿐인 것이다. 그런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나는 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생활을 위해 열심히 내 할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나는 부랴부랴 장모님 댁으로 달려갔고 지병이 있으셨던 그분은 그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셨다. 의사들은 모두 손을 놓은 상태였고 아내는 내내 울었는지 뻘것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때 나와 함께 병원에 온 어느 친구가 그 목수 직업을 가진 지도자를 만나보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그런 허무 맹랑한 이야기를 믿으라니….. 그러던 중 그 친구의 능력이었는지, 아니면 그 사람 스케줄상으로 이쪽 동네에 다른 볼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말로만 듣던 그 목수(지도자)란 사람이 이 병원으로 찾아와 여러 명을 고쳐주러 왔다고 한다. 우리는 급한 마음에 되던 안되던 그 사람에게 부탁을 했고 그 사람은 우리 장모님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쳐주었다. 특별히 어떤 시술을 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번 쳐다보더니 이미 다 낳았다고 말하고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

그리고는 장모님은 건강해지셨다. 아내와 나는 완전히 회복하신 장모님을 확인하고 다시 우리의 고된 생활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평범하고 지겨운 생활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제국에 대항할 새지도자에 대한 소문도 계속되었고 점점 그 내용은 부풀려져서 그가 제국의 전함 한 척을 손가락 하나로 침몰시켰다느니 알아보았더니 그가 제국의 황제였다라느니하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동네에도 그가 와서 그가 다스릴 나라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질 지경까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들떠있다. 그는 내가 일하는 이 호숫가에서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그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는 헛걸음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마을은 제대로 된 저항조직이 한 명도 없는 형편없는 마을인데 말이다.

마침내 공청회를 하는 날이 되었다. 그는 어부협회에 들러 적당한 배를 물색하다가 내 배를 지목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를 내 소중한 배에 태우게 되었고…. 나는 그를 태우고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갔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는 이만큼 떨어 저서하는 게 좋다고 말하며 나에게 고맙다고 말을 했다. 나는 시큰둥하게 웃음 지었고 그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연설을 하는 동안 청중들은 모두들 그에게 집중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개중에는 녹음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강의 중간중간에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간간이 들려오는 어떤 주장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렇게 건성건성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어젯밤 밤새도록 그물을 던져서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음이 그 이유 일 것이다. 나는 너무나 피곤했다. 세상사가 너무나 피곤했던 것이다. 지루하고 지루한 그의 연설이 마침내 다 끝났는지 그는 나에게 배를 조금 바다 깊은 곳으로 띄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져보라고 말을 건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처음에 나에게 다가와 ‘바위’라고 말했던 일.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장모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나타나서 병자들을 고쳐주고 난 뒤 어디론가 사라졌던 일. 역시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처럼 기분이 나빴다. 나는 이바다에서 20년 넘게 고기를 잡아왔고 그 축적된 경험에 의해 밤새도록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이미 이곳에 있던 고기떼는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상황이란 것을 안 봐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의 강연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몸을 쉬려던 것이 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 선생이란 사람이 (아니.. 속인들은 이 사람을 새 황제라고 부르지만…) 고기 잡는 기술의 프로페셔널인 나에게 충고답지 않은 충고를 하는 것이다. 전직이 목수라는 사람이란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생선 잡는 법을 알기나 하는 걸까라는 의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모를 찝찝함에 이 사람의 말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고기는 깊은데로 가도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생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한 번 해보도록 하지요.”라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노를 저어 깊은 곳으로 가서 힘들게 손질하여 걷어놓은 그물을 바다에 내렸다. 그물은 무거워서 금방 바다 깊은 곳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미 어군탐지기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어디서 올라온 고기인지 엄청나게 큰 고기들이 그물에 걸려들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와 선원들은 그물을 끌어올려보았고 그물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물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물이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렵기도 했다. 내 일생에서 이렇게 많은 고기를 잡아본 적은 이제껏 없었다. 물론 나의 베테랑 어부 아버지조차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선원들은 무전으로 동행하던 다른 배를 불러댔다. 물고기로 인해 배가 가라앉을 지경까지 된 것이다. 나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가녀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앞에 엎드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가 정말 세계를 구원할 메시아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주여. 나는 죄인입니다. 제발 저를 떠나 주시옵소서.” 그러고 나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그가 온화한,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평화로운 얼굴로 나에게 대답한다.

“지금까지 당신은 물고기를 낚았지만 앞으로 당신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그를 만난 이후로…


나는 정말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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