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눅빌
여김 없이 캄폿에서의 아침이 밝고. 또 같은 하루가 반복되었다. 그래서 내일은 데이빗과 시하눅빌로 이동하기로 했다. 시하눅빌은 캄보디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변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캄보디아의 해변은 어떤지 항상 궁금했었다. 항상 숲이 우거진 이 나라에는 어떤 모양의 바다가 있을까. 색깔은 또 어떨까. 태국의 그것과는 다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설렜다.
등에 새긴 타투 때문에 연고 바르고 엎드려서 자야 했던 것 빼고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시하눅빌로 이동하는 날 아침. 숙소에 영국인 여행자가 들어왔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하눅빌에서 여기로 오는 길이라고 한다. 반갑다.
“시하눅빌은 어때? 추천해줄 만한 숙소는 있어?”
“어 거기 ‘유토피아’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진짜 말 그대로 유토피아야. 가격은 1불이고 또..”
말도 안 되는 말에 말을 끊었다.
“뭐라고? 1불? 진짜? 거짓말하지마! 그런 숙소가 어딨어?”
“진짜야 하루에 1불 내고 지냈다니까. 거기다가 수영장도 있고 식당도 소 안에 있고. 장난 아니야”
믿기지는 않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알았어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메고 나왔다. 이제 두리안 동상 옆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시하눅빌행 버스표를 끊고 두 시간 정도가 남아 간단하게 밥을 먹고 시원한 망고 셰이크도 한잔씩 했다.
캄보디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된다면 여기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든 완벽한 도시 캄폿을 떠나 시하눅빌로 떠났다.
3시반 버스로 떠나 도착하니 6시쯤. 세시간 정도 걸렸다. 도착하니 역시 여기도 오토바이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다들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유토피아”
“유토피아? 오케이 2달러! 오케이? 오케이?
그래서 싫다고 하고 그냥 걷겠다고 하니 그럼 1달러에 가자고 한다. 그래도 싫다고 그냥 걷겠다고 하니
“오케이 오케이 프리! 프리! 오케이?”
왜 갑자기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하는거지.
진짜 공짜냐고 몇번이나 물어보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어이없게도 오토바이로 30초거리다. 걸어가도 5분거리를 2불이나 받겠다고 했던 거였다. 그래도 공짜로 숙소까지 도착해서 내려서 기사 아저씨한테 왜 공짜냐고 물어봤다.
“여기로 손님 태워가면 맥주 한 병씩 공짜로 줘”
아저씨는 웃으며 기분 좋게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그렇게 우리도 체크인을 하러 갔다. 여기는 게스트하우스라기 보다는 리조트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1불, 2불, 4불, 6불, 어떤 방을 원하냐에 따라서 달라요. 그런데 지금 1불짜리 방은 다 차서 없어요”
그래서 2불짜리 방을 보러 갔더니 음. 여긴 인도에서 갔던 숙소보다 더 열악했다. 군대 훈련소에서 잤던 평상 침대의 반만한 사이즈에 억지로 위에 판자를 올려서 2층으로 만들어놨다. 보통 2층 침대라면 자리에 앉으면 머리는 닿지 않아야 하는데 여기는 간신히 기어서 들어가서 누워야 할 정도였다. 거기다 평상에다 얇은 매트리스만 깔려있는 구조라 완벽하게 옆 사람과의 동침이다. 자다가 몸부림치면 옆 사람과 껴안고 잘 수 있을 거 같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려고 하고 시하눅빌에서 아는 숙소라고는 여기밖에 없다. 가격이 싸니까 일단 여기서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숙소 안에 수영장도 있고 식당도 있다. 일단 뭐 좀 먹고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