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 Nov 20. 2023

도서관에는 다양한 이용자가 있습니다

-도서관 업무와 관계없는 질문자, 자료실을 휴대폰 충전소로 이용하는 사례

  도서관에도 다양한 유형의 이용자가 방문한다. 책을 빌리거나 돌려주기 위한 업무 외에도 신문을 보러 오거나, 컴퓨터 사용을 위해 들르거나, 독서실을 대신한 학습을 위한 열람실 이용 등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다.

오랜만에 도서관 에피소드를 또 소개하고자 한다.


  일요일 오전마다 들르는 다문화가정 가족이 있다. 할아버지뻘인 아버지와 내 또래의 동남아 출신인 어머니,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로 구성된 가족이다. 회원증은 엄마 명의로 만드신 후 세 분이서 함께 오셨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빠와 아들'만 방문을 했다. 오늘도 오전 일찍 방문한 부자(父子)는 늘 회원증별 대출 한도인 7권을 골라오셔서 대출처리를 해드렸는데, 갑자기 아버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이번에 LG가 29년만에 야구 이겼다고 세일을 한다는데, 언제부터 해요?" 하시길래,

"아, 저...선생님~삼성은 최근에 할인행사 한다고 들었는데, LG는 아직 모르거든요. 아무래도 매장에 직접 문의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번엔 본인이 검색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여주시며, 그냥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분명 LG글자가 등장하긴 하는데, 당최 할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고, 단순히 '29%할인할 예정'이라는 글자만 보였다.

  그래서 결국, "선생님, 그럼 제가 다시 관련 내용 검색해서 말씀드려 볼게요."하며 기사를 찾았더니 11/21(화)에 당일에만 일정 품목에 한해서 29%할인을 진행한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안내해 드렸더니, "컴퓨터도 세일 하나? 내가 (아들을 가리키며)쟤 컴퓨터 사 줄라고 하는데...할인한다길래 좀 싸게 살까 싶어서 그랬는데..." 하시며, 못내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선생님, 일단은 가까운 매장이나 고객센터에 문의 한 번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더니, 그제야 아쉬운 듯 발걸음을 옮기며 어린이자료실을 나서셨다.

  모쪼록 아들에게 꼭 컴퓨터를 사 주시기를 바라본다.


  오후 늦게 마감시간을 30여분 남긴 시간에 방문해주신 한 어머니와 두 아들, 어머니는 자료실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휴대폰 충전을 부탁하셨다."선생님, 죄송한데요...혹시 휴대폰 충전기 있을까요?" 라고. 

  우선 데스크에 버젓이 놓여있는 충전기선을 차마 감출 수 없어 우선 충전을 해드리겠다고 했다. 이미 충전량이 30%이상이 됐을 텐데...도통 찾으러 오시지를 않으셨다. 서가 정리를 하던 중 약간 얄미운-왜냐하면, 직원들도 전기세를 아껴보겠다고 에어컨이나 히터, 유아실이 텅 비었을 땐 전등을 끄고 다니는 등 전기를 아껴쓰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생각이 들어 요즘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 만족도 설문조사'를 위한 문서를 건네며 "선생님, 설문지 작성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거 다 해야 되는 거에요?"라고 반문하신다. 그래서 "네,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재차 말씀드렸다. 아마 충전 맡기시지 않았으면 거부하셨을 분위기다.

  어쨌든 마지못해 작성한 설문지를 돌려주시면서 데스크로 아이들이 골라 온 책 세 권을 가져오시고는

"회원증은 없는데 대출할 수 있어요?"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신분증 있으시면 바로 회원증 발급해드릴 수 있어요."라고 안내하니, "신분증은 지금 없는데요."하신다. 아이들은 계속 조르고..."선생님, 그러면 휴대폰에 도서관 앱을 깔고 로그인 해주시면 대출하실 수는 있거든요." 안내드렸더니, 머뭇거리시다가 아이들이 나가고나니 "그냥 내일 신분증 들고 와서 회원증 발급 할게요."하시며 그냥 가셨다.


  에휴~항상 지갑에 신분증을 두 개(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나 들고 다니는 나로서는 솔직히 조금 이해가 안 갔다. 아무튼 오늘도 오전, 오후에 한 분씩 다소 황당한 이용자분들과의 대응으로 괜히 씁쓸하다. 며칠 전 공공기관 행정업무시스템인 '새올'서버 다운 사건에 관한 뉴스 보도를 보았는데, 민원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그럼에도 데스크 업무 중 다소 황당하고 안타까운 이용자분들을 만나게 되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주면 좋으련만. 어린이자료실에 근무하다보니 어른들의 실수로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가지 못하는 실망감을 안겨 줄 때마다 참 안타깝다.

  이용자든 직원이든 실수를 줄이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시대를 앞서 가지는 못할 망정 시대에 뒤떨어지지는 말자!


  아 참, 그러고보니 늘 자료실에 들르던 정신세계가 조금은 특별해보이는 청년이 오늘은 안 보였다. 늘 오후 3시전후로 나타나서 2층 어린이자료실과 3층 종합자료실에 들러 휴대폰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 키득거리다 다른 이용자분들의 민원으로 볼륨을 무음모드로 전환해달라고 부탁드리곤 하면 "네,네"하면서 그냥 웃으면서 자료실을 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청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나? 쓸데없이 궁금하다.



이전 05화 세상에 이런 일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