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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Nov 26. 2023

제가 오버한 걸까요?

-도서관에 호기심인지 모를 감정 해소를 위해 자료실 내 유아실 침입 남녀

  오늘도 도서관에서 식곤증이 몰려드는 시간대인 오후 3시 전후. 갑자기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자료실에 들어왔다. 둘 다 가방도 없이 착석도 하지 않고 구석진 자리로 어슬렁거리며 가더니 잠시 후 또 시야에 들어왔었다가 업무데스크에서 멀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린이자료실 내 유일하게 문이 달린 장소, 유아실쪽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 쪽으로 갔다. 다행히 불은 켜 있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역시나 신발 두 켤레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발을 벗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장 깊숙한 곳, '수유실'을 둘러보니 그 곳에 어색하게 여학생은 문을 등지고 서 있었고, 남학생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때는 바야흐로 2018년 당시에도 유아실에 서너명의 초등학생들이 들어갔었다. 그러다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자 주무관님들이 가서 아이들을 유아실에서 나오도록 하라고 지시하셨다. 그래서 가보니 수유실 안쪽 문을 닫고 빈백-당시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빈백은 없다-에 남여학생이 몸을 밀착하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당시 학생들은 초등학교 5~6학년이었다. 


  그런 기억이 있는 나, 현재 중3 사춘기 남학생을 기르는 엄마인 나의 눈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라'는 속담처럼 우선은 그 둘을 유아실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 했다. 혹시 모를 불미스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래서 차분하게 얘기했다. 

  "학생들, 여기는 유아실이에요. 아기랑 엄마나 아빠가 함께 책도 읽어주는 곳이고, (수유실이라 씌어있는 안내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는 수유실이에요. 일단 나오시고 대화는 자료실 밖에서 하시면 됩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불량스럽지도 않았고 조용히 지시에 따라 주었다. 그럼에도 자료실에서 바로 나가지는 않고 서가를 두리번거리며 어색한 대화를 이어갔다. 나도 혹시나 재입실할까봐 마침 근처에 이용자들이 읽다가 두고 간 책들을 다시 서가에 꽂기 위해 자연히 그들 곁에서 지켜보았다. 책을 마저 꽂고 난 후 자료실 구석진 곳들을 보았더니 나가고 없었다. 


  내가 오버한 걸까? 왜 그 학생들은 자료실 내에 앉아서 독서를 할 장소는 충분했고, 대화가 필요하면 자료실 밖 공간에 따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음에도 굳이 그 폐쇄적인 장소에 들어갔을까? 둘 사이에 내밀한 비밀얘기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더라도 유아실에도 둘이 나란히 앉을 소파도 있고,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좌식 테이블도 있는데 왜 굳이 시야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제일 안쪽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오버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근로자이기 이전에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로서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제적 대응을 했다고 위안한다. 


  이제 나의 근무일도 12월 열 번의 토·일요일만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에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을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모쪼록 우리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모두 직접 체험하기보다는 책이라는 세상을 만나 간접 체험으로 다스릴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얘들아, 도서관에서만이라도 그냥 손만 잡고 책을 읽거나 대화가 가능한 테이블에 앉아 달콤한 대화 나누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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