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황당한 이용자 사례들
오늘도 아침에 너무 추워서 도서관에 이용자가 뜸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더 평화로울 줄 알았다. 업무개시 후 한 시간쯤 지난 10시가 막 넘은 시간에 한 쌍의 부부가 책을 빌렸던 큰 장바구니 가방을 들고 내가 근무하는 2층 어린이자료실로 들어섰다. 그러더니 여자분이 데스크로 다가와서, "저...선생님, 저희 애가 책 한 권을 학교에 두고 왔는데 내일이 반납일이거든요. 그런데 연휴라서 다음 주 화요일에나 등교하면 연체되니까 혹시 선생님 재량으로 연기 안 되나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 일단 제가 재량이 없구요. 혹시 반납연기를 안 하셨으면 한 주는 더 연장해드릴게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미 한 번 연기 한 거였거든요. 화요일에 학교 가는데 학교가 좀 멀어서..."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네, 그런데 연기 한 번 하셨으면 죄송한데 더는 연기 못해드려요. 무한도서대출기간에도 그건 안 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네~알겠습니다."라고 하시고는, 배우자에게 가서 그 얘기를 전하더니, 잠시 후 반납할 도서들을 반납대에 의도적으로 큰 소리가 나도록 꺼내놓기 시작하셨다.
이 상황에 마음이 쓰인 나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 이용자분들께 "선생님, 혹시 자녀분 이름이 어떻게 되실까요? 제가 관장님께도 한 번 여쭤볼게요."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드렸다. 역시나 관장님도 '안 된다'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저, 선생님~관장님께 상황 설명드리고 여쭤봤는데 역시 안된다고 하시네요. 죄송합니다."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겨우 수긍하시는 눈치였다.
이번에는 또 잠시 후에 웬 모녀가 입장해서는 어머님은 밖에서 평소 대화하던 톤으로 소리높여 얘기하셨다. "○○야, 책 골라 봐~" "어,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하나요?" "네, 조용히 해주시면 좋죠."라고 말씀드렸다. 결국 그 회원은 회원증까지 발급하고 책을 빌려가셨다.
그리고 내 점심 시간인 오후 1시~2시까지 도서관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조심스럽게 데스크로 다가오더니, "선생님,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해주시면 안돼요?"라고 한다. 그래서 번호를 묻고는 그 아이의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아이를 바꿔주었다. 그랬더니 엄마랑 통화중에 자기 친구도 왔다며 엄마를 바꿔준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좀 흐른 뒤 이번엔 아까 처음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달라던 그 아이의 형이 또 데스크에 와서 얘기한다. "선생님,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해주시면 안돼요?" 한다. 그래서 형한테 물었다. "친구, 혹시 몇 학년이야?" "3학년이요." "휴대폰 없어?" "네, 휴대폰 없어요." "알겠어요. 그럼, 엄마 전화번호 불러보세요." "010-****-####" 그래서 그 학생의 어머님께 또 전화를 걸어서 바꿔 주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인데요. 친구가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서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 어머니가 "아, 네~아직 약속시간 안 돼서요." 하신다. 통화내용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
업무마감시간이 다 되어 방문한 이용자가 회원증발급을 요청하셨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드리니, "신분증은 없고 공무원증이 있다"고 하시며 그것만 제시하셨다. 그 공무원증 뒷면에 생년월일과 주소가 기재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권한도 없는 내가 혼자서 회원증 발급 가능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관장님께 다시 전화드려 여쭤보았다. "안되죠. 우선은 발급해드리고 추후 신분증 확인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세요."라고 하셨다. 이용자분께 그대로 관장님 말씀을 전하고 지시사항대로 회원증 발급을 마쳤다.
아~ 내가 이상한 걸까?
아무리 공공도서관이 이용자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원칙을 깨고 특별 대우를 해줘야 하고, 업무용 전화를 사적 전화처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해줘야 하는 건가? 조금만 서로 원칙을 지키고 배려하면 편리한 도서관 문화가 정착될텐데...
나도 어딘가에서 그런 실수를 하는 건 아닌지 늘 스스로를 돌보고 경계해야겠다.
이용자분들~! 도서관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