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에 정체성이 의심되는 이용자가 나타났다
그러자 어깨를 덮는 길이의 장발에 검은색 롱트렌치코트에 롱부츠차림으로 들어섰던 그녀-이때까지는 아직 키 큰 여자라고만 생각했다-는 컴퓨터 좌석을 예약하기 위해 외투를 벗고 지나가는데 핫팬츠 차림에 검은색 팬티스타킹을 착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계속 인쇄를 하러 왔다갔다하는데도 허벅지에서 흘러내리지 않는 걸 보면. 어쨌든 무릎선까지 오는 롱부츠를 신었다. 한겨울에도 요즘엔 신기 부담스러운 신발을 굳이 이 봄날 신고 있다니. 그 부츠 속 발은 얼마나 갑갑할까 순간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였는데, 검정색 핫팬츠라니. 사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눈앞으로 지나가기 전까지는 초미니스커트라 생각했었다. 상의는 회색 맨투맨 셔츠를 입었다. 블랙 앤 그레이 콘셉트인가? 암튼 화장까지는 안했지만 어색한 목소리만 들어도 뭔가 여성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여성 복장을 했을까? 그러고 환경미화 여사님들 말씀에 따르면 화장실은 남자화장실을 갔단다. 아,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실 뭐 요즘 공중파 방송이나 여러 대중매체에서 트랜스 젠더들이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세상이 되었고 유럽에서는 동성결혼도 허용하는 시대이니 놀랄 일도 아니겠지만, 꼰대를 자처하는 나는 실제로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모를 오늘 오후에 씩씩하게 자료실에 들어선 이용자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외모와 목소리만으로 성감별을 하는 것은 오류가 많겠지만, 일단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웬만하면 언제 감았는지 모를 그 기름진 단발머리만큼이나 그 기괴하고도 강렬한 여장남자 이용자는 그만 보고 싶다.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 설마 트랜스 젠더는 아니겠지? 아니면 경계선 지능인 일종의 지적장애인일까? 사실 알지도 못하면서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그 이용자가 다녀 간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그 외모와 목소리가 보이고 들리는 듯하여 불편하다. 아직까지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 보면 벌써 뇌리에 각인되었나보다. 부디 제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혹시 다른 이용자가 불편해할 수 있는 특이한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