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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오름 Sep 21. 2024

매일매일 기다려

우리 집 강아지는 존버로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질문에 종종 하는 생각이 우리 집 강아지처럼 기다리자입니다.

고구마 간식을 얻어먹고 싶어서 일부러 화장실에 가서 쉬야를 하고 나올 때도 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옆에 와서 얼굴에 뽀뽀를 하면서 앞발을 척- 제 허벅지 위에 올려두기도 합니다.

개껌을 먹고 싶을 땐 공을 물고 와서 제 앞에 던져놓고 한참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놀자고 그러는 건가?

공을 들고 거실 바닥으로 굴려주면 언제나 그랬듯 자연스럽게 저를 찬장으로 때로는 냉장고 쪽으로 유인합니다.


공놀이는 핑계였고 간식을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우리 집 실세.

보고 있으면 진짜 웃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너 정말 웃기는 짬뽕이구나?”





가끔은 과식할까 봐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큰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강아지도 눈치가 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주인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습니다.

짖지도 않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1분, 5분, 10분이 지나도록 미동도 하지 않고 저를 쳐다만 봅니다.

저리 가라고 해도, 이제 간식 없다고 그만이라고 얘기해도 듣지 않습니다.

15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이제 그만하겠지 싶어서 쳐다봐도 똑같은 자리에서 저를 쳐다봅니다.

괜히 눈만 마주쳤습니다.

모르는 척 무시하려고 해도 강아지의 눈빛을 무시하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승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저만의 생각일지 몰라도 강아지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간절한 표정, 때로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일명 불쌍한 척, 킹받는 표정입니다.





결국 오늘도 우리 집 강아지의 승리입니다.

강아지가 개껌을 획득했습니다. +1

종종 생각합니다.

강아지는 당연히 제가 간식이든 개껌이든 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자기는 단지 당연하게 받을 것을 알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100퍼센트 확신하는 듯합니다.

조급해하면서 온 집안을 여기저기 쏘다니지도 않고

간식을 빨리 주지 않는다며 왈왈 짖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기다리고 앉아서 당연하게 간식을 받습니다.

그리고 간식을 얻으면 아주 맛있다는 듯이 냠냠거리며 소중히 앞발로 고구마를 쥐고, 개껌을 쥐고 열심히도 먹습니다. 즐겁게 먹습니다. 그게 끝입니다.

강아지의 행동에서 수많은 자기 계발서, 끌어당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공통된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즉, 내가 바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하고 원하는 것이 오고 있다고 당연하게 믿어라.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말고 당연히 그렇다고 아는 것.

보여서 믿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것이 확신이며, 또 믿는 만큼 보인다는 이야기도 함께 떠오릅니다.


자기 암시와 자기 확신.

그리고 기다림의 자세(일명 존버)에 대해 생각한 주말 오전이었습니다.

기다려


참고) 존버의 유래, 나무위키 검색 결과입니다.

나무 위키 ‘존버’ 검색 결과 참고 캡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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