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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엄마, 아빠

가끔 제가 이기적이라고 느끼는 것 또한 이기적인 마음일까요?

by 스텔라 황

브라이언이 간밤에 많이 아팠다.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잠깐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 금세 정신을 차려서 한숨 돌렸지만 밤새 아이의 곁을 지켜야 했다. 다음 날이 당직이라 조금이라도 자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브라이언도 좀 나아져서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몸이 안 좋다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에 응급실에 가야 하나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화를 내고 말았다.

“브라이언! 아파도 좀 가만히 있어. 징징대지 말고!”

조용해서 이상하다 싶어 봤더니 가만히 훌쩍대고 있다. 아… 정말 못난 내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브라이언,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너무 피곤해서 그랬어.”

“우아아아앙. 엄마, 미안해요.”

“아냐, 브라이언이 아파서 그랬는데 엄마가 안아줘야지. 미안해.”

하고 꼭 안아주니 금세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든다.


이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에게 부모로서의 자질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이기적이라는 게 말이나 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는 무척이나 많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자신을 먼저 내세우고 자신이 원하고 필요한 것은 우선시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배우면서 자란다. 이타적인 사람이야 말로 좋은 사람이고 이기적인 것은 배척되는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

자주 쓰이는 인용이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응급상황은 이럴 때에도 적용된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어주기 위해서는 나의 몸의 산소가 필수다. 아이에게 먼저 마스크를 주려다가 내가 정신을 잃으면 둘 다 목숨을 잃기 마련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 먼저 산소를 공급해 주자.

브라이언이 아프더라도 잠을 전혀 자지 않은 나는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중간에 남편과 교대를 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더 나은 밤 또 그 다음 날이 되었을 것이다. 부모가 이기적이어야만 이타적인 육아를 계속해서 꾸준히 또 잘해나갈 수 있다. 아이도 또 부모도 행복한 육아를 하려면 부모가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어야만 한다.


덧. 브라이언은 금방 또 나아서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잘 지내고 있어요. 요새 아픈 아이들이 정말 많죠? 모두 건강히 가을/겨울나기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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