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필리아노 Nov 06. 2022

풍등은 소원을 싣고

부자 되게 해 주세요

  딸과의 대만 여행 두 번째 날의 아침 밝았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투어 가이드를 만나러 찾아가는 일정으로 시작하여 여러 곳을 방문하 예정입니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여정은 풍등 날리기입니다.


  여정의 코스는 예스진지, 류, 펀, 과스, 우펀 4곳의 앞 글자를 딴 코스 이름입니다. 오늘 여행지들은 대만의 북쪽 해안에 가깝게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1년 365일 중 200일은 비가 온다고 하는데 특히 주말에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합니다. 진과스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맞고 다닐 만큼 비가 와 주었고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이 여행 코스에 사람들은 많지 않아 다행히도 사람에 치이는 일은 없었는데 대만이 코로나19 입출국 시 격리가 없어진 지 몇 주 되지 않아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몇 주 후 중국분들이 많이 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예류, 자연이 만든 지질 공원이 있는데 비, 바람의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낸 조각 같은 바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 시간이 지나면 비, 바람에. 깎여 사라져 가는 곳이라 합니다. 대표적으로 사라져 가는 바위가 아래 바위라고 하네요.


  스펀, 이곳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여정으로 풍등 날리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풍등에 담은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기도해 봅니다.


  진과스, 황금 박물관과 황금 광산의 부 도시락도 먹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금괴가 있는데 손으로 만져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광물들과 바위 속에 금이 어떻게 숨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우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유명해진 곳으로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익숙한 건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사진 명소입니다. 사람들이 다 이리 몰려서 사진 한 장 찍기 어렵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비가 좀 많이 와서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습니다.


  예스진지 코스는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에 걸친 긴 코스입니다. 중간에 이동시간도 좀 많이 소요되지만 각 코스에서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 조금은 쫓기는 듯 다녀야 했지만 알찬 여정입니다.




  철길 위에서 날리는 풍등 날리기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 보려 합니다. 진짜 열차가 다니는 철 위에서 날립니다. 혹시 열차가 들어오면 상점 주인들이 알려 준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식당에서 보니 대략 열 차례 정도 열차가 지나다니는 것 같았고 식사를 하는 동안 열차가 들와왔습니다

  풍등 날리기는 먼저 4면에 소원을 적습니다. 그러고 나서 4면 사진 촬영을 합니다. 한 면씩 양쪽에서 붙잡고 4면을 돌아가며 촬영을 하는데 도와주시는 분이 사진을 센스 있게 찍어 줍니다. 한국 문화를 많이 배우신 듯합니다. 한글도 읽을 줄 알고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하는 핫한 포즈들을 요구합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다녀 갔는지 실감하게 해 줍니다.


  딸아이는 나와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라는 요청에 질색을 합니다. 나도 어색합니다. 그래도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뭔가 오해를 하시는 듯하여 도와주시는 분께

  "내가 아빠입니다."

  당황한 듯

   "네?"

  그러나 그분은 여전히 어설프지만 센스 있게 

  "아바 아바, 잘 좀 자바바"라는 멘트를 날립니다.

 

   불을 붙일 때 약간의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잠시 스쳐 갑니다. 기름 냄새에 잠시 얼굴을 찡그리게 하지만 풍등 안에 빠르게 차오른 따뜻한 공기는 눈 깜짝할 사이 풍등을 하늘 위로 끌어올립니다.

 

  너무도 빨리 바람에 날려 보내는 것이 허무하게 빨리 끝나 버렸지만 하늘로 솟아 오른 풍등에 손을 흔들며 딸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어 봅니다.


  소원만큼 소중한 것은 딸아이와 소원도 적고, 사진도 찍고 풍등을 날리며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보는 체험이라 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줍니다.


  유치하지만 딸과 저의 소망 중 하나가 일치했습니다.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스펀, ,찰길 위 풍등 날리기

  적을 말을 준비해 간 것이 아니라 갑자기 쓰려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식상하게도 부자 되게 해 달라는 말을 쓰게 되었지만 20대 초반인 딸도 부자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이게 뭐 전 세계 부자가 아닌 사람들 공통의 소원 같기도 한데... 아빠는 부자가 아니지만, 딸은 부자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그리고 부자 되고 싶은 모든 분들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행복합니다. 다른 분들이 부러워하던데 딸과 둘이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합니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딸이 제안한 여행에 흔쾌히 동의를 하고 여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버릇은 이곳에서도 변치 않아 아침부터 이렇게 끄적여 봅니다.


#대만 #타이페이 #여행 #풍등 #예스진지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가을에서여름으로의도피

매거진의 이전글 뜻하지 않은 바다, 겨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