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거다.
그분들이 뭔 잘못이 있겠는가.
이 병원 저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진료와 검사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 봤지만 의사들도 다 원인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떤 건강 검진의 결과보다 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들이 내게 내려준 선물은 진통제뿐이었다.
의사도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고 의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한 가지 서글픈 건 첨단 의료기기가 아웃 풋으로 내주는 결과만으로 고민 없이 기계적인 검사, 진료가 된다는 점이었다.
며칠 병원을 다니며 들린 약국, 처방전에 약의 성분이 조금 바뀐 것을 본 약국의 약사님 이야기 건넸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으신가 봐요?"
"네, 요즘 좀 많이 바쁩니다."
처음부터 나도 스트레스에서 오는 증상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병원에 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다.
며칠 더 계속되던 통증과 병증은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며칠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지낸 덕분인가?
그래도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은 이름 모를 그 병증의 고통에서 잠시나마 해방을 시켜 주기는 했지만 마음속의 불안함까지 가져가지는 못했다.
그동안 술도 마시지 않았다.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 이것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스스로에게 내 병의 원인을 진단하자면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부서장에게 나 휴가 좀 써야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 줄 테니까.
절실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본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도피하기에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