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자마자 퇴원을 하라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by 노연석

나는 병원에 대해 잘 모른다.

병원에 가는 것조차 싫다. 그런데 한 대학병원과 인연이 벌써 20년째 인가? 아버지를 시작으로 어머니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병원에서 수술과 정기 진료를 받고 계신다.

어머니가 첫 수술을 하러 입원하던 날 1시간 만에 퇴원을 해야 했다.




대학병원, 인내심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곳. 어머니의 무릎 수술, 지인의 추천으로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이라는 곳을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예약하고 진료하는데 3개월 진료 후 결과 보는데 3개월 그리고 수술까지 3개월 이렇게 기다리다보년 1년이 그냥 지나간다.

수술 후 3개월마다 호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 진료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한번 수술을 하게 되면 병원과 엄청난 소모전을 해야 한다. 그때는 다행히 지인 분의 도움을 받아 3개월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수술, 병원과의 전쟁. 문제는 진료 후 수술 날짜를 잡고 병원에 입원하던 날 나는 병원과 전쟁을 선포했었다. 고혈압 약을 드시고 계신 어머니는 수술 1주일 전부터 약을 드시면 안 된다. 이유는 혈압약은 피를 맑게(연하게) 만들어 수술을 하게 되면 지혈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잘 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수술 날짜를 잡는 날 먹고 있는 약이 무엇이고, 가져와서 성분을 검사받으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인턴인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전달을 하지 않았다. 나도 그때는 그런 과정이 있는 줄도 몰랐다. 병원에서는 입원은 했기 때문에 병원 병실료 및 의료비는 계산을 하라고 한다. 나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병원비도 짜증이 나지만 수술 날짜를 잡고 또 기다려야 한다. 병원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병원비 정산을 미루고 일단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가는 중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병원비 정산을 하고 가라고... 나는 기다리라고 좀 있다 가서 정산할 테니.


한바탕 싸움.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병원으로 돌아갔다. 나는 의료진 몇 명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한바탕 싸움을 했다 너무 화가 나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아직 30대라 그럴 만한 혈기가 있었나 보다. 싸움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하고 있었고 참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좀 세게 보이고 싶었나 보다. 의사들이 나에게 왜 반말이냐고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반말이냐고 하여 "내일모레면 마흔"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더 이상 토를 달질 않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때 나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의 잘못에 대해 누구도 나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과실도 아닌데 나는 하루치 병원비를 모두 지불해야 했다. 병원 의료진과 행정처리를 하는 프로세스는 완전히 별게인 것을 그때 알았다. 의료진 중 누구도 본인의 과실을 이야기하고 비용을 본인이 감당하기는 싫었을 것이다.


첫벗째 수술, 불발로 끝나다. 그렇게 첫 번째 수술은 불발로 끝나고 우리는 몇 줄을 더 기다렸다가 의사의 수술 가능한 날짜를 받아서 다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무릎 관전 수술계 유명한 교수님이시라고 한다. 그래서 스케줄 잡기가 더 힘들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있던 수술들도 기다리는데만 1년을 소비하기도 했다. 이제는 병원의 프로세스에 완벽 적응을 해서 수술 전에 의사들이 물어보지 않으면 내가 그 건 왜 안 물어보냐고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다. 이제 더 수술을 해서도 안 되고 어머니도 하지 않으시려고 하겠지만, 요즘은 제법 규모가 되는 병원들이 늘어나서 더 이상 대학병원을 찾아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환자들을 위한 조금의 배려가.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대학병원의 관계자 분들이 계시다면 환자들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해 주시고 있는 것은 알고 있고 늘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있는 것을 체감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외적 홍보를 위한 변화 말고 진정 환자를 위한 변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후에도 그 대학병원은 무던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술 날짜가 변경될 경우 의사, 원무과, 수술팀 등과 통합적인 연계가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진료 대기만 반나절을 한적도 있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끔 찾는 사람들이라 병원 프로세스는 잘 모릅니다.

항상 안내를 해 주시지만 간단한 진료가 아닌 수술은 기계적인 문자 메시지로 의무를 다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환자들에게 배려가 되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통받고 계신 병원 관계자분들께 말씀드리기에 적절한 문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의 경험과 환자들과 가족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과거와 현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과 나를 떠올려 보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기억나는 것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지만 이상하게 생각나는 게 많지 않습니다.
::5 열아홉 살의 첫 만남
→4 입원하자마자 바로 퇴원하라니
::3 봄이 왔으니 텃밭은 가꿔야지
::2 바다가 보고 싶구나
::1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기로

<이미지 출처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봄이 왔으니 텃밭은 가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