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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Jan 23. 2024

나를 위한 나의 선물

당신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지난여름 어느 날 책상 위에 유명 메이커 반팔 새 옷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아내가 내 옷을 살 때는 항상 동행을 했기에 아내가 사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 내 옷이 아닌가?


"이 옷 뭐야?"


아내에게 이 옷의 비밀을 풀어 달라는 투로 말을 건넸다.


"어,  며칠 전에 둘째가 빨래를 게다가 아빠 옷을 보고 말하더라"

"이 옷 뭐야?" 엄마

"어, 그거 아빠 건데"

"그래, 그런데 이거 뭐야. 왜 이런 옷을 입어?"

"자세히 보니 짝퉁 로고가 그려져 있더라고"


"어, 나도 사고 보니 그렇더라고 눈이 삐꾸여서 잘못 사기는 했는데 그래도 입을 만 한데..."


딸아이는 그 옷을 보고 아빠가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못 마땅했는지 갔다 버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진품 브랜드 옷을 구매를 했다는 것이다. 자기 한 달 용돈을 내 옷을 사는데 써 버릴 만큼 쿨한 아이다. 그런 성격인 걸 알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되니 그것이 새삼스러웠다.


그 후로 옷을 살 때 매우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 너무도 비싼 옷들을 보면서 과연 저런 고가의 옷을 입을 이유가 있나 라는 생각이 앞서서 선 듯 옷을 사는 일은 없었고 늘 장바구니가 내 옷장인 것 마냥 생각하며 담아 두었다. 아직 입을 시기가 되지 않은 옷들이 옷장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나는 골프를 좋아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너무나 고가인 골프 복을 사서 입지는 않았다. 그래서 꺼내어 입을 수 없는 장바구니라는 옷장에 담아두고 바라만 보아 오기도 했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이유는 딸아이가 용돈으로 내 옷을 사서 올려둔 그날 이후로 일거다.

마음 한편에서 그래 나도 그런 비싼 옷을 좀 입어도 된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아이처럼 나도 사랑하는 나를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방치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으로 조금씩 전환을 했다.


골프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이 자격증으로 밥 먹고 살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격에 맞는 복장은 갖추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그것이 사치는 아니라는 생각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그런 생각이 굳어지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을 더 많이 돌아다니고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헤매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고 싶어 했던 장바구니 옷장 속의 옷들을 내 옷장으로 옮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물론 부자가 아니라 여전히 그런 옷을 사야 할 때는 어느 정도 돈을 모아야 살 수 있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대사 중에 "너는 널 위해서 뭘 해주니?"라는 말이 허공을 가로지를 때 나는 나를 위해 무얼 해주었던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조금 사치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잠시 스쳐가는 행복이기는 하지만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굳혔던 것 같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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