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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김 May 09. 2019

크로스핏을 시작 후 나의 변화

Since February, 2017.

벌써 2년이 지났다니.


Crossfit Box에 처음 방문했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10개가 넘는 바벨이 바닥에 쿵쿵 거리며 떨어지는 소리들.


chalk로 알록달록 꾸며져(?) 있는 철판 바닥.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운동 기록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그런 바닥에 (다시 말해, 전혀 깨끗해 보이지 않는 바닥에) 거리낌없이 뻗어서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몇몇 사람들.


땀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도, 명백히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희안하게도 웃고 있는(?!) 사람들.


무서운 사진이다. 모두 웃고 있다. 몇몇은 muscle up을 하면서 웃고있다. 하.




'아.. 나 여기 잘못 왔나 보다.. 얼른 이 공간에서 탈출해야겠다... '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유난히 얼굴이 밝은 사람들 중에서도 더 밝은 얼굴의 Gym manager와 Coach가 다가왔다.


이미 나에 대한 정보는 그들에게 전달이 된 이후였고(!), 나 역시 평소 '웃는 상' 이기 때문인지 그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알고보니 나에게 크로스핏을 소개해 준 나의 thesis advisor가 그들에게 이미 내가 찾아갈 것이라고 얘기를 해놓았었다. 평소 그의 건강한 정신과 유난히 강해 보이는 신체에(거의 캡틴 아메리카급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어봤는데, 그의 대답이 크로스핏이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이 다니는 Box를 추천해줬다. 알고보니 그는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번은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출장을 가서도 근처 Box에 Drop-in을 해서 운동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열심인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의 와이프도 크로스피터 였다. 그녀는 학부시절 rowing선수였으며 현재는 크로스핏 Gym manager로 일하고 있었다. 유유상종은 한국 뿐 아니라 여기서도 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크로스핏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미 인터넷으로 살짝 공부를 하고 간 상태였기에 별 다른 질문 없이 연이어 "Ok~"를 말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On Ramp 서류에 싸인하고 있었다.



On Ramp는 크로스핏 WOD(Workout of the day)에 포함되는 여러가지 Movement를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기 위한 코스이다. Box마다 기간이 다르긴 한데, 내가 다니는 곳에서는 On Ramp에서 한 달 동안 한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movement를 배웠다. On Ramp에서 Push Press, Clean&Jerk, Deadlift와 같은 lifting 부터 Handstand, Pullup까지 Gymnastics까지 다양하게 배웠다. 


Snatch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엔 정말 .. 모든 movement가 어색했다. 사실 이름에만 익숙해지는데 거의 6개월은 걸렸던 것 같다. Clean이라니; 뭐를 청소한다는 건가? 운동과는 동떨어진 인생을 살았던 나에게는 정말 신세계였다.



이름 뿐인가? 


한여름에는 (가끔 눈내리는 겨울에도;) 웃통을 시~원하게 벗고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것도 처음에 적응이 안되었었다. 왜 셔츠를 벗는거지? 근육을 뽐내고 싶은 건가? 


지금은 다 이해가 된다. 운동이 워낙 intense하다보니 운동 중간에 이미 셔츠전체가 땀에 다 젖어버릴 때가 대부분인데, 이러면 Burpee등 온 몸을 이용한 운동을 할 때, 굉장히 걸리적거린다. 아마 그래서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셔츠를 벗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날씨 좋은날은 태닝을 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근육을 뽐내기 위해서? 여튼 나는 상관 안한다. 언젠가 나도 거리낌없이 웃통 깔 수 있는 날이 올런지. 하..)


이런 근육빵빵한 슈퍼휴먼이 내가 다니는 Box에 열명 정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나도? ..흠... 




2년 넘게 Box에 다니면서 가끔은 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다. 내가 전~혀 할 수 없는 movement가 껴있는 날. (나에게는 Handstand가 기본이 되는 movement들, 즉, handstand walk, handstand push-up 등등 이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크로스핏 시작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리와 다리가 거꾸로 위치하는 이건 정말.. 답이 안나온다. 얼른 극복해야 할텐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계속 피하고 안하면 발전될 방도가 없는데. 올해 목표가 있다면, 모든 movement를 할 줄 아는것이다. 어쩌면 너무 거창한 목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목표를 100으로 잡아야 50이라도 이루지 않겠는가?




분명 엄청 무거울텐데... 네 명 중 두 명이 웃고있다.. 






이렇게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나서 내 몸과 정신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1. 근육량이 현저하게 늘었다. 


원래는 체중을 좀 줄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어서, 처음에는 체중계의 숫자가 많이 안줄어들었음에 절망을 했었지만, 지금은 불만 없다. 친구들도 내 실제 몸무게보다 더 적게 나가는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아무래도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서 체중계 숫자가 조금 줄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코치들은 크로스핏을 Functional Fitness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이는 body image를 뽐내는 그런 운동이 아닌, 실제로 우리 몸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운동.



2년동안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덤벨의 무게도 두배이상 늘었고, Back squat, Clean, Jerk등의 나의 PR (Personal Record)도 처음과 비교해서 많이 늘었다. 유산소 부분도 많이 향상되었다. assault bike, rowing, running 모두 기록이 향상되었고, 심지어 2년 전 하프마라톤의 기록도 20분 줄였다. 


기본 체력도 물론 향상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힘들었을 트레킹코스도 이제는 아무 무리 없이 즐긴다. 





크로스핏에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일반 gym에 비해 살짝 비싼 가격일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을 직접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가격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매일 매일 다른 프로그램, 코치가 매일 리드하는 클래스. 지루할 수가 없고, 잘못된 자세등으로 인한 부상을 피할 수 있다.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년초에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는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gym에 3개월, 6개월, 심지어 1년단위의 멤버쉽을 구매해놓고, 한달도 못채우고 그만두는 경험. 


나도 마찬가지였다. 쳇바퀴 도는 햄스터처럼 러닝머신을 뛰다가 (뛰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나는 뛰는 건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팔만 열심히 휘두르면서 걸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러닝'머신을 '워킹'머신으로 애용했었다.) 


웨이트를 하려고하면 기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등등의 이유로 운동은 STOP.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변화도 없고, 운동 능력? 당연히 전~혀 향상되지 않았었다.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 갈 수록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혹은 유지되기라도 했으면 다행이다), 더 늙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크로스핏을 하는 동안은 그렇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이 보여주는 나이는 하루하루 높아지지만, 실제 신체나이는 더 젊어지고 있다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크로스핏을 하면 할수록 기록에 더 욕심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먹는 것도 조금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조절이라 함은 운동을 하기 3-4시간 전에는 너무 rich하고 heavy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 뿐이다. 이런 음식을 먹고 나서 Burpee같은 운동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몸이 무거운게 자명하게 느껴져서 운동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먹는 습관이 불량해서 그랬는지 위장기관이 안좋아서 제산제, 소화제 등등을 달고 살았었는데, 크로스핏을 시작한 이후로 한번도 약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스트레스 푸는데도 아주 만점이다.





사실 크로스핏을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내가 유전적으로 무릎이 약해서 혹시나 크로스핏을 하면서 무릎 통증이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에 있을 때 종종 5km, 10km 마라톤을 종종 즐기곤 했었는데, 이런 마라톤을 뛰고나면 항상 무릎에 살짝 통증이 있었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하면 여러 종류의 lifting을 분명히 엄청 자주 할 것이고, 그 중 많은 종류가 Squat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게 혹시 내 무릎에 무리를 주어서 통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이런 걱정을 코치에게 얘기했더니, 올바르게 Squat를 하면 무릎에는 무리가 안간다고, 오히려 허벅지 근육이 늘어서 무릎통증이 많이 줄 것이라고. 집에 돌아와서 나름 research를 해보니 코치들의 말이 옳았다. 허벅지 근육이 늘면 무릎에 하중으로 인한 무리가 덜 가서 통증이 줄어든다는 것.



실제로 그들은 (코치 + research) 옳았다. 


2017년 4월에 난생처음 하프마라톤을 뛰었었는데, 당시에는 레이스 후 3일정도 무릎에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019년 4월에 같은 하프마라톤을 두번째로 뛰었다. 2017년 레이스보다 Finish Line까지 20분 덜 걸렸다. 더 빨라졌음에도 레이스 후에 무릎 통증? 전혀 없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땡겨서 고래잡은 사람처럼 하루동안 어그적어그적 걸어다닌 것 빼고는 괜찮았다. 

정말 너무 기뻤다. 비록 나이는 2살 더 많지만, 신체는 더 젊어졌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긍정적이었다.

허벅지, 종아리 근육 뿐 아니라 엉덩이도 근육이 붙은 덕분에 힙업이 되어서 딱 붙는 바지를 입었을 때 예전보다 핏이 더 산다. 예전에는 살짝 굽었던 어깨가 확 펴졌고, 팔뚝에도 살짝 근육이 더 붙었다. 

 



물론 가격적인 면 외에 단점이 한가지 더있다.


딱 한가지 부정적인 부분은, 얼굴에 기미가 늘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별로 신경 안쓰려고 하는데, 엄마와 영상통화 할때면 항상 엄마가 빼먹지 않고 한마디 하신다. 

얼굴에 왜 그렇게 깨가 늘었냐며;



어쩔 수 없다. Warm-up으로 항상 바깥을 뛰는데, 여기 햇살은 강하고, 나는 땀이 잘 나는 체질이라 운동 시작한지 몇분만 지나면 땀범벅이 되어서 썬크림은 다 날아가는데.


### 기미 없는 순백의 깨끗한 얼굴을 지키고 픈 여성분들이라면 강력한 썬크림을 사용하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2. Body Positivity?


한때 Body Positivity 운동이 유행이었다. 

Skinny한 몸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닌, 모든 몸이 아름답다는 것을 주장하는 운동이었다. 


너무나도 옳은 말이다. (물론.. 건강을 해칠정도로 비만하다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 한 구석에는 '살을 빼야해. 지금 덩치는 너무 커. 근육이 좀 더 없어졌으면 좋겠어' 라는 멍청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문에 처음에는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 입는 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는 레깅스를 입고 밖에 돌아다닌다는것 자체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다들 내 다리만 쳐다보는 것 같고, 아무튼 불편했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크로스핏 box에 가면 나보다 훨씬 더 덩치가 큰 친구들도 거리낌 없이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강함을 자랑스러워했다. 어느새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내 몸을 사랑하게 되었고,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인지 모르겠다. 



너무나 마르고 근육이 없어서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하는 몸뚱이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무 거리낌없이, 체력안배 걱정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강하고 강한 몸. 


거기에 추가로, 나보다 몸이 큰 사람들보다 때로는 더 무거운 무게를 들고, 심장이 산소탱크같은 사람들보다 더 나은 유산소 기록이 나올 때의 뿌듯함이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잘못된 Body Image를 갖고 있는 사람들, 이 때문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크로스핏을 추천하고 싶다.






다 써놓고 보니 너무 크로스핏을 추앙하는 것 같다. 



이 글의 목적은 크로스핏만이 옳다고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떤 운동이든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며 감자칩을 자그작자그작 먹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다만 내가 경험했던 운동 중에서 크로스핏이 나에게 있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크로스핏을 추천하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한가지 운동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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