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전 직장 동료의 연락
“혹시 소식 들으셨어요? 여름님 후임으로 들어온 분 곧 퇴사하세요.”
“오, 왜요?”
회사는 미워도 회사에 남은 동료들은 여전히 반갑다. 같이 회식도 하고 회사 뒷담도 나누던 동료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는데, 이번엔 그 중 한 명이 새로운 떡밥을 던졌다. 이건 못 참지. 냅다 물고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새로 합류했던 분은 팀워크가 좋은 타입이 아닌 모양이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아 미소가 절로 나왔다. 퇴사 면담 때 대표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나가면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 모셔 올 거라더니! 꼬시다.
“그런 일들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비교가 되죠. 다들 여름님 있을 때가 좋았다고 해요. 다시 모셔올 수 없냐고 농담하는 분도 계시고요.”
아유, 저랑 일한 게 좋은 경험이었다니 다들 감사하네요. 한껏 점잔뺐지만 사실은 기분 째지게 좋았다. 회사 나오고 들은 것 중에 가장 기쁜 말이었다. 여름님이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여름님이 참 일을 잘했죠, 얼굴도 모르는 사람보다 나았다는 게 뭐 그리 뿌듯할 일인가 싶은데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말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래, 인정한다. 나는 소인배다. 밴댕이 소갈딱지다. 하지만 일을 잘 하지! 일 잘하는 게 최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날도 2달밖에 남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직장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포트폴리오 정리는 언제 하지, 좋은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면접은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을 사서 하다 못해 가불까지 받는 내 성격에 어쩔 수 없는 고민들이다. 하지만 동료가 전해준 이야기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내 기억은 못 믿어도 동료들의 평가는 믿을 수 있다. 지난 회사에서 잘 했으니까, 새 회사에서는 더 잘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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