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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Apr 17. 2019

임신이 힘든 걸 말하면 안돼?

너굴양 임신일기

저 콩만한 것이 내새끼라고 한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2월에 나는 임산부가 되었다.

막말로 내일모레 마흔인 내가, 엄마가 된다고 한다.


내 몸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건 참 경이로운 일이다.
그리고 반대로, 작은 생채기나 작은 염증에도 격렬하게 반응하는 우리의 몸을 생각해봤을때 장기 하나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나의 몸에 '새로운 존재'가 들어온다는 건 그야말로 내 몸 구석구석이 반응하게 된다는 일이기도 하다.  


이건 개인의 삶에 아주 강력한 사건이다.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동그랗게 만져진다.(임신 4개월차) 자궁이 커진 것이다. 태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다. 참 신기했다. 이 동그란 배 안에 내새끼가 들어있다니. 남편도 배를 만지더니 '여기에 둥둥이(태명)가 있어!'하며 놀랐다.


앞으로 배가 커지고 또 다른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아 나의 모든 장기가 위로 올라오겠지. 손발이 붓고 건망증도 생기고. 눈은 벌써 침침한지 오래되었고 자고 일어나면 등허리가 쑤신다.


태아가 크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다만 임신 초기에 겪었던 '모르는 것들이 초단위로 벌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게 다~임신 때문이다~'로 조금 여유로워진 정도.


갑자기 양치를 하다 웩웩 구역질을 하지 않나, 세수하다 코풀었더니 코피가 터지질 않나. 요즘은 앉았다 일어나면 기립성저혈압처럼 핑~하고 어지럽기 일쑤다. 오늘은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길바닥에 앉아있었다. 아 이게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 입덧이 사그라들기 시작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 몸이 겪는 것들을 열거하면 아직 결혼 안한 처자들은 '아...안할 수 있다면 안하고 싶어요'할 것 같고 (나도 그랬다) 이게 이럴 일이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은 '아픈 것이 아닌데 사람의 몸에 이런 일이'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선배 엄마들의 조언에 따르면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거.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난 그냥 좀 더 자고 싶을 뿐


엄마의 연대는 무조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임산부들이여, 
당신의 고충을 표현해달라.
당신은 자격이있다.


임신하고 나서 주변 애기엄마들이 모두 이렇게 말했다.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이런 말을 해주는 거겠지.


괜히 구시렁대고 힘든 이야기하면 아이한테 안좋을까봐 나쁘거나 우울한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나는 둥둥이가 우리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고 기쁘다.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고, 매일같이 남편이 태교 기도를 한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둥둥이를 위해 기도하고 나의 안부를 묻는다. 사랑과 기쁨 속에 둥둥이가 자라고 있다.


첫 초음파 후 그린 그림


하지만 힘든건 힘든거다. 그러니까 임신을 해서 기쁜 것이, 임신을 해서 당혹스럽고 불편한 것들을 상쇄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지나갈 것이고, 몸이 적응하고 있으니 '그런가보다'하고 흘려보내는 것 뿐인데.


이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닌줄 안다고 자꾸 어설픈 조언 한숟가락씩 얹거나 마치 임신한 나의 몸이 사회적 재산인양 말하려고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거다. 왜냐면 내새꾸가 태어나 살 사회인데 이런 오만방자한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복잡한 심경을 조금씩 기록해 놓고


...


소재로 써야지. 



아, 임신 4개월차가 되니 임신 '중기'라고 한다.

기념으로 임부복 샀다. 짱짱한 레깅스, 무려 심리스로.

그냥 바지는 이제 못입겠다.

둥둥이에게 바닷물의 감촉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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