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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Aug 25. 2019

임신하면 배에 털이난다고?

너굴양 임신일기


어? 이상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배에 튼살 오일을 발라주던 남편이 한마디했다.


"뭐가 이상해?"

(내가 남편 앞에서 배를 훌러덩 까고 누워있는게 이상하다면 이상하지)


"아니...너 배에 털이 났어."


"나 원래 배에 털 있는데?"

(나는 팔다리도 부숭부숭 털이 많은 몸이다. 등에도 있고 배에도 있다.)


"아니...그건 나도 아는데, 털이 많아. 진하고."


뭐!!!



배가 못생겨지다니



어이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배를 봤더니 정말 배꼽 주변으로 거뭇한 털이 옹기종기 자라고 있었다. 확실히 임신 전, 아니 내가 볼록 나올때까지만 해도 내 배에 났던 털들은 솜털보다는 조금 길고 검을뿐이었는데... 팔다리에 자라던 것 같은 길쭉한 털들이 부숭부숭 나 있었다. 


찾아보니 자궁벽을 두껍게 유지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배에도 털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자궁벽이 두꺼워지는데, 그러려면 남성호르몬이 나와야 한다고? 아, 인체의 신비란...대체 어디까지 할 셈이냐. (에스트로겐은 임신 기간 동안 적게 나온다고)


'임산부 털'로 찾아본 결과는 흥미로웠다.


나처럼 배에만 털이 나는 사람들이 있고, 머리카락이 풍성해진다는 사람, 턱에(!!!!) 털이 자란다는 사람도 있었다. 유두 주변에 털이 나는 사람도 있다고...(...이게 사는건가) 물론 임신기간에 생겨난 몸의 변화는 출산 후에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부위(?)에 털이 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얼굴 빼고는 본인 외엔 쉽게 보기 힘든 곳들이라 '왜 이러는거야'하며 벙어리냉가슴을 앓거나 맘카페에 물어보거나 나처럼 인터넷 검색을 하며 호기심을 달랠 수 밖에 없다. 병원에 갔을 때 물어보고 싶었는데 자꾸 까먹기도 하고. (건망증 역시 임산부의 친구!)





나같은 경우에는 배에는 털이 부숭부숭 자랐는데, 평소에 무성하던 팔과 다리는 오히려 털이 자라지 않았다. 여름을 앞두고 털을 한 번 밀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왕성한 발육을 자랑하던 녀석들이 굵기며 색이며 매가리 없이 비실비실 흩날리고 있었다. 그래서 임신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해주던 털관리(?) 시간이 여름 내내 딱 두 번일 정도로 털이 자라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늘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초기에 버석거리던 상태가 25주 전후로 아주 좋아졌다. 출산 후에 또 엄청 빠진다고 하니...그냥 포기상태.


임신기간 동안 생기는 털의 변화들은 대체로 출산 후 몇 개월 사이 다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니, 못생겨진 배는 제자리를 찾겠지만 또 한없는 다리털 밀기가 시작되겠지. 털 때문에도 에피소드가 생기다니, 임신 참 대단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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