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Dec 04. 2015

어쩌다, 투잡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4) 살아남아야 도전도 한다


아직도 안읽으셨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1) 나는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왔나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2) 혼자 일하기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3) 일 없을 때 버티는 법




** 오랜만에 프리랜서 생존기 올립니다. 정신없이 가을이 지나고 보니 벌써 독립군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한지는 만 10년 되었네요. 커흥...

아무튼 격하게 축하해주쎄요! :D

그럼 다시 정신 차리고 네번째 이야기 해봅니다.


프리랜서가 된 첫 해의 여름, 일이 없어 통장을 쥐어 짜내고 버티고 버텨 가을이 되었다.

다시 하나 둘 일이 들어왔고 어느새 '놀 때가 좋았지...'하며 인간의 간사함을 한탄할때쯤 메일이 하나 왔다. 

몇 년 동안 유러피안 투어 대회를 함께 했던 분의 연락이었다.

 이렇게 생긴분이다 (그림 너굴양)


홍콩에서 일하던 분인데 중국의 아~주 큰 골프장에서 마케팅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12월초에 열리는 여자프로골프투어 개막전(중국투어와 한국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이 열리는데 두어달만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연말-연초에 따뜻한 동네(중국 심천은 한겨울에도 안춥다)에서 오랫만에 대회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분 전환겸(?) 오케이했다.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몸 담았던 골프마케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업무 환경은 좋은 편이었다. 한국에서 일하다 대회 기간 전후로만 중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주요 업무는 대회 관련한 한국 미디어 응대, 미디어 투어 인솔, 현장 인터뷰 통역, 보도자료 번역 등이었다.(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주로 프로대회 홍보와 마케팅을 했다)


정말 보기 어려운 일하는 사진...곰국처럼 우려먹는다


함께 일하게 된 분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고 일도 진행이 잘 되어서 즐겁게 다녀왔다. 물론 일정 자체는 무척 빡빡하고 하루에 서너시간 자며 닥치는대로 일했지만 정말 즐거웠다. 오랫만에 현장이기도 했고 영국, 중국,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 날아온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 대규모 골프장 시스템을 경험한 것이 아주 재밌었다. 정신없는 나를 달래며 함께해준 기자단 분들의 의리도 무척 감사했다. 왜 나는 대회장만 가면 불쌍해지는가...암튼 두달을 그렇게 보내고 결과가 썩 괜찮았는지 계약이 연장되었다.


이때만해도 이렇게 올 해를 보낼 줄 알았다.


쩝...

(미리 울자)


아무튼 그 골프장의 한국 마케팅을 하기로 했고, 프로그램 촬영과 국제대회를 한 번 더 치렀다. 

다행히 현지에서 일하지 않고 서울에서 일하게 되어 외주나 개인적 주문도 처리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봄이 지나갔다.


그러다 일이 꼬였다.


그 골프장과는 더 이상 일하지 않기로 마음먹게 된 일이 생겼다. 담당자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연이어 퇴사를 했고, 서울에서 홀로 일하는 나는 외딴섬 같은 애매한 존재가 되었다.

연말까지 생각한 모든 일들이 다 틀어지고, 괴로운 봄은 반복되었다.

첫해 보다는 쪼들리지 않았지만 다른 종류의 괴로움이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보통 대표나 부서장 등이 책임을 진다. 조직 차원에서 데미지가 있으면 구멍을 메꾸고 전사적으로 새로운 일을 찾기도 한다.

근데 프리랜서가 그런게 어딨어...독박이다 독박. 헛헛한 마음은 고이 접고 다시 하이에나가 되는 것이다.


(뭐먹고 살지? 하며)


'먹고사니즘' 스트레스는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꿈에도 나왔다. 취하면 울었다(!!). 진상이 따로 없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프리랜서 하려면 주변에 지원군이 많아야 한다. 혼자 일하면서 어느때건 피폐해질 때가 있는데 그 시기를 얼마나 잘 넘어가느냐가 여러분의 심신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심각하면 건강을 잃기도 한다. 나는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죄책감도 컸다. 정말 도와준 분들 한 사람도 잊지 않고 있다. 매일 생각나고 미안하고 고맙다. 


고마워요 (그림 너굴양)


아무튼 그 사이에 용케 다른 일이 들어와 여름까지 국내 대회를 하게 되었다. 상반기를 골프에 묻혀 지낸 셈이다. '골프 안해!'하고 호기롭게 퇴사했는데 역시 배운게 도둑질이었다.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해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의 메인 잡이라고 하더라도, 그 일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생활인으로써의 안정을 찾는 것도 필요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건 역시 '구관'이자 '그나마 잘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익숙하고 일한 가치를 인정받는 일을 하며 새롭고 좋아하고, 잘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다 (그림 너굴양)


갖다붙이기 대왕도 되어야한다. 나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엣헴)


각종 보고서로 점철된 여름을 보냈다. 이어서 9월, 10월에 국내, 미국 골프대회를 치르고 사이사이에 스테디 아이템이 된 손그림 명함을 비롯해 얼굴도장, 외주 작업 등을 해왔다. 11월에는 한 숨 돌리고 골프 비시즌을 맞아 12월에는 다른 외주를 진행중이다. 한겨울이 지날때 다시 골프 프로젝트를 할지도 모른다. 이번달에 뭐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는데 다음달에 뭐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다. ^^;

내년에는 패턴이 많이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업무와 홍보마케터 업무를 올해보다 잘 굴리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도전도 계속 된다. 


날씨가 찬 겨울은 프리랜서에게도 어려운 계절이다. 사무실이 있으면 난방비 걱정, 없으면 돌아다닐 걱정...

이땅의 모든 1인기업가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그림 너굴양)








프리랜서 너굴양의 작업물은

페이스북 페이지 <너굴양> 

블로그 <너굴양의 그림일기>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3) 일 없을 때 버티는 법

매거진의 이전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