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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규 Nov 01. 2020

다시 사람으로 회복되는 마음

두번째 동행

내가 묵는 호스텔의 장점은 특히나 게스트가 쉴수있는 공용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관광지를 서칭하거나, 또 글을쓰거나 등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고
문을열고 야외 테라스로 나가면 더 넓은 공간과 선베드가 즐비해있었다.
그날 오후에도 공용공간에 나갔는데, 그곳에서 벙커에 같이 떠들며 올라간 동갑 친구(A라고 부르겠다)를 다시 만났다.
알고보니 같은 호스텔 다른방에 묵고있었고, A친구는 먼저 다녀온 영국에서 안좋은 룸메이트를 만난 기억에 힘들어하고있었다.
쉐어하우스를 통해 만난 룸메이트는 외국인인데, 매일 친구들을 불러 마약 파티를 했다고한다.
이 A친구는 자제해달라며 얘기도 해봤지만 소용도 없고 더있다간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다는 두려움에 
남은 방세마저 돌려받지 못하고 도망치듯 다음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에 온것이라고 했다.

나처럼 혼자만의 회복 시간이 필요해 보였지만, 여행을 혼자 보낸다는것은 너무나 쓸쓸한 일이다.
나는 저녁에 약속해둔 야경 분수 모임에 허락을 구하고 이 친구도 데려갔다.
이번엔 나와 동갑친구를 포함해 여자 세명, 남자 두명이 모였는데 소수의 인원이 모인 이번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간단한 본인 여행루트를 소개한 후 대화를 이어갔다. 남자 한분은 팝핀 댄서로, 카우치 서핑을 통해 현지인들의 집에서 무료로 숙박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처음 알았지만.. 어쨋든 대부분 집주인들은 어르신이라 집이 매우 고급졌다고한다.
현지인 집에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니.. 너무 부러웠다.
대신 게스트는 한국에서 챙겨온 재료들로 간단한 한국요리를 해드리거나 소주를 선물로 드린다고했다.

또 다른 남성 한분은 빠에야 원데이 클래스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레시피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 혼자서 요리 수업에 참여라니..  흔치않은 상황에 신기했다.
이 모임을 주최한 여성분(B라고 부르겠다)은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여행지로 바르셀로나에 왔다고 했다.
장기간 유럽여행이 익숙해졌는지 B는 작은 여성용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자물쇠도 채우지 않아 모두 놀라움반 걱정반으로 바라보았다. 이게 바로 장기간 여행자의 여유로움인가..!
그리고 나와 같이 온 A친구도 질세라 영국에서 있었던 일화를 비디오 재생하듯 떠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온지 며칠 안됐다며 간단하게 소개를 마치고 훈훈하게 식당을 나왔다.

오늘 갈 곳은 세계 3대 분수쇼라고 불리는 몬주익 마법의 분수이다.
매주 주말마다 광장에서 여리는 대규모 야경 분수쇼.
첫날 동행에서 받은 상처가 있지만,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 않는가
멋진 분수쇼를 혼자 보긴 아쉬워 또 다시 동행에 도전한것이다.
그리고 이 동행의 주최자인 B가 사전 검색을 빠삭하게 하고온덕에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아주 편한 여행이었다.
역에서부터 광장까지 가는데 여의도 불꽃축제를 연상케하듯 이미 엄청난 인파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명당자리인 높은곳 혹은 광장의 계단에는 이미 사람들로 발디들틈 없이 꽉 차있었고, 우리는 분수 바로앞에 스탠딩으로 감상하기로했다.
한참을 기다린끝에 분수에서 조명과 물줄기가 솟아올랐고 사람들의 탄성이 울려퍼졌다.

“와, 와, 대박..!”

사람은 왜 빛에 약한것일까, 나도 모르게 마음속 뿜어져 나오는 기쁨을 주체 못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분수는 단순히 물줄기뿐만이 아닌 조명의 색감과 미스트를 동반해 시각적인 효과가 굉장했다
웅장한 음악까지 곁들여 분수쇼를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황홀했다.
근데 두 세곡이 지나가면서부터 그 황홀함은 이내 식어버렸다.

“이제 좀 지루하죠, 그만 갈까요?”

동행이었던 남성분들은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 일찍 작별인사를 했고
여자 셋이었던 우리는 동갑친구 A가 꼭 함께 가고싶었던 파스타집이 있다며 그곳으로 2차를 향했다.
후미진 술집거리에 위치한 파스타집.
오는내내 얼마나 맛있는지 얘기들은만큼 썩 맛있진 않았지만 나이대가 비슷한 우리 셋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보는 여자 셋이서 또 그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대화 궁합이 잘 맞았다.
특히 여행사 얘기도 빠지지 않았는데, B가 6팀의 커플들 사이에서 본인만 혼자였다는 얘기가 제일 안쓰럽고 웃겼다.
커플들이 가여운마음에 챙겨주겠다고 가운데에 세워 놓고 단체사진을 찍었다는 얘기에서는 셋 다 빵터졌다.
나보다 더한 상황이었는데도 참 씩씩해보였다.
막차가 끊기기전 슬슬 계산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오늘 가장 고생한 주최자B가 흔쾌히 잔돈을 더 냈다.
“나는 이제 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동전이 필요없거든!”
모두에게 시간과 돈은 똑같이 소중한것인데, 즐거운 여행하라며 마음써준 B에게 감사했다.
이 일로 첫날 동행으로 얻은 불쾌함이 지워졌고 역시 사람은 만나기에 따라 다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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