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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순 영 Oct 27. 2024

모래기둥, 붉은 구름

"곧 모래기둥을 지날 거야. 떠오를 테니 너무 놀라지 마." 

윤이는 도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모래기둥.

그곳에는 발 디딜 땅이 없어 모든 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잔잔한 소용돌이가 만들어내는 모래기둥을 타고 윗구역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내려오고 싶을 때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대부분의 하강은 천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덕분에 위험은 없는데 마음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능숙한 이들은 단번에 내려오기도 한다.

모래는 거울유리로 이루어져 있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이들의 마음을 비춘다. 마음 상태에 따라 유리의 색이 계속해서 변하는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윤이의 몸이 속절없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커다란 모래기둥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고 윤이는 그 기둥마다 사람들과 생명체들이 떠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음을 내려. 그러면 다시 내려갈 수 있어. 뭐, 이대로 둥둥 떠다니고 싶다면 좀 더 즐겨도 돼,” 

도가 능숙하게 윤이 주위를 비행하며 이 구역을 지나는 방법을 말해 주었다. 처음엔 당황했던 윤이의 마음이 차츰 안정되자 몸도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윤이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이 과정이 더욱 자신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바닥에 자리 잡은 윤이는 문득 씨익 웃더니 다시 크게 뛰어올랐다.

"야하하하하!!! 신나!!!! 좋다 좋아!!!!" 

윤이가 외쳤다. 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킄, 그래. 제어할 수 있게 되면 불안보다 즐거움이 더 커지지."

윤이가 비추던 유리의 색도 계속 변하고 있었다. 어느 색이 더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 모래기둥을 보면 그저 모든 색이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윤이는 자신의 마음을 비추던 동그란 유리 조각들을 한 움큼 쥐어 고사리 가방에 담았다.

“햐- 그럼 더 가볼까?” 

윤이가 활기차게 말하자 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붉은 구름 해무 마을이야. 여기는 고도가 높고, 경계가 여전히 좀 모호해. 하지만 잘 지나가 보자.”

윤이는 도의 말을 새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해무가 붉은 구름들을 쓸고 지나간다. 붉은 구름은 하늘 위의 섬이다. 그들은 하늘을 떠다니며 해무에 자신들의 붉은 빛을 물들인다. 구름들은 제각기 품고 있던 붉은 빛을 다하면 달을 향해 떠오르다 사라진다. 구름 구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해무'라 불리는 그 경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아래 있는 것이 바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다만 아주 드물게 아래로 내려간 자들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지만 그중 누구도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윤이와 도가 걸어가는 사이 붉은 구름들은 노란 달을 향해 피어오르고 있었다. 경계 아래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으로 내려갈 마음이 쉽게 들지는 않았다. 윤이는 자꾸만 그 아래로 시선을 두었다. 지금은 자구도래지로 가는 길이니 다음 기회에 마음을 다잡고 그곳으로 꼭 내려가보리라 결심했다. 그때는 염이도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간 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새 구름이 드문드문해진 곳까지 도착해 있었다.

도는 윤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궁금해?"

윤이는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니. 응. 뭐, 다음에."

도는 고개를 돌려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 바람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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