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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 자 Oct 14. 2022

다른 생물 찾기

일곱 번째 게임, 피스, 데스!


소재 : 무난

접근성 : PC, ios, 안드로이드 전부 가능. 매판 간단하게 배워야 할 규칙이 새로 늘어나지만, 스테이지 시작 전에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므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시간 소비 및 중단 가능성 : 일반적인 스테이지 한판당 1~2분 정도 소요. 

체감 난이도와 벌칙 : 난이도 쉬움. 벌칙도 가벼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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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 찾기의 예시. 유사한 그림 두 개를 주고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틀린 그림 찾기를 기억하는가. 정확하게는 다른 그림 찾기라는 말이 맞다. 매우 유사하게 생긴 두 그림을 동시에 보여주고 두 그림 중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는 퍼즐 게임의 일종이다. 옛날 오락실이나 아동용 서적 같은 데서 많이 보던 게임의 형식이다. 피스, 데스는 다른 그림 찾기의 전통을 이은 게임이다. 다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서 스테이지 디자인이 바뀌는 형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던 기존 다른 그림 찾기와 달리 매판마다 규칙을 추가하면서 난이도를 올리는 형태다.


페이퍼즈 플리즈 게임 화면


게임에 대해 경험이 제법 많은 사람들이라면 2013년에 발매된 페이퍼즈 플리즈를 알고 있을 텐데, 그 게임의 캐주얼 버전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게임에서 룰북의 변경점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룰북의 내규를 찾아서 읽어야 했던 페이퍼즈 플리즈와 달리,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추가된 규칙을 알려주기에 게임 자체는 페이퍼즈 플리즈보다 접근하기 쉽다. 모바일로는 룰북을 하나하나 검색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한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게임은 모바일로 플레이해도 매우 쾌적하게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쉬운 난이도, 무난한 소재, 좋은 접근성 등. 이 게임은 굳이 내가 미리 정해둔 기준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캐주얼 게임이라는 형식에서 기대하는 어떤 종류의 '게임성'을 잘 충족하고 있는 게임처럼 보인다.


피스, 데스의 게임 화면. 파란색은 천국, 빨간색은 지옥, 노란색은 연옥이다. 위에는 매판 변화하는 규칙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신의 메시지다.


나(플레이어)는 사신이 되어 천국, 지옥, 연옥으로 보낼 사람들을 가리게 된다. 처음에는 인간은 천국, 악마는 지옥이라는 단순한 구분에서 시작되어 하루가 지날수록 규칙이 하나씩 추가된다. 가령 피가 묻은 사람은 지옥으로 보내야 한다든지, 들고 있던 음식을 포기하면 식탐을 포기한 사람으로 여겨져 중간 지점인 연옥으로 보내진 다든지, 성경을 가지고 있으면 천국으로 보내야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매일 새로운 규칙을 추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 아주 이상적인 형태의 난이도 곡선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 이전에 학습한 내용에서 규칙 하나를 추가하면서도, 기존의 규칙 역시도 그대로 적용된 상태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처음 학습한 내용을 잘 잊어먹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난이도와 숙련도 사이의 길항 관계가 적절하게 맺어져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내러티브 역시도 훌륭하다. 대단하거나 거창한 스토리 같은 건 없지만, 규칙의 변화가 곧 게임 플레이의 변화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게임 플레이와 내러티브가 거의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이 게임의 내러티브를 결코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페이퍼즈 플리즈에서 플레이어는 내규를 찾아가며 국경을 감시해온 검문관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을 천국과 지옥, 연옥 세 가지 장소 중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검문관(여기서는 설정상 사신이지만)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게임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내렸던 여러 선택에 대한 결과물을 그대로 엔딩으로 반영한다는 점도 게임 플레이와 내러티브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증거다.


다만 게임의 난이도가 도전적이지 않고 무난한 수준이라 플레이를 하면서 딱히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을 얻진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본 연재에서 계속 소개해왔던, 플레이를 하는 동안 언급할만한 일화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패러독스 요원 찾기가 조금 까다로운 수준이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쉽게 느껴졌다. A+랭크를 달성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이 게임의 난이도가 어렵다거나 내지는 도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와 평가는 별개여야 한다. 재미는 취향이고, 내 개인적인 취향에 안 맞았다고 해서 이 게임을 나쁜 게임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기획은 결코 내 취향만으로 게임들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게 재미없더라도, 누군가는 이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고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좋은 캐주얼 게임으로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랭크 시스템에 대해서 간략하게 할 말이 있다. 게임은 마지막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서 지금까지 플레이해온 행적을 총합하여 점수를 내고 랭크를 매긴다. 일종의 성적표이자 스코어링 시스템이다. 행동의 결과물을 수치화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게임과 능력주의와의 연관성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플레이어의 행동이 점수로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누군가는 지적할지도 모른다. 너무 과도한 해석이다. 결과물을 수치화한다는 점에서 능력주의를 심화시킨다면, 당장 디지털 게임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 역시도 능력주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릴 정도로 선수들의 기록 하나하나가 수치화되어 표기되고, 각종 올림픽 스포츠의 최고 기록, 최단 시간 경쟁은 게임의 스코어링, 스피드런 문화와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게임의 수치화가 능력주의를 심화시킨다면, 그 이전에 대중화가 된 스포츠야말로 능력주의의 극한이다. 그럼에도 스포츠는 능력주의 논란이 없다. 굳이 게임과 능력주의를 연계시킬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어린 시절 다른 그림 찾기 퍼즐을 좋아하셨던 분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많지 않으신 분

속도감 있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쉽고 간편한 게임을 원하시는 분


이런 분들에게 비추천

느긋하게 게임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

게임에서는 전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도전적인 게임을 원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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