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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09. 2019

너는 봄꽃의 마음을 지녔다

- 나는 겨울 꽃의 마음을 가졌다

너는 봄꽃의 마음을 지녔다

- 나는 울 꽃의 마음을 가졌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너는 봄꽃의 마음지녔고

나는 꽃의 마음을 가졌다


네가 생을 몸부림칠 때

가위눌리듯 꽃잎을 털어내야 했고

나는  꽃잎 떨구고 울부짖어갈 

일찍 여름 오기 전 열매를 맺혀 

떨어트려야  운명을 지녔다


나는  떨어진  씨앗에 

가을 낙엽 주워서 덮어주고 

 기나긴 한겨울 

눈이 소복이 하염없이 내려주었을 

너는  이름 모를  소녀가 되어갔다


내린   

 이름 다섯 글자 써보고

 무덤 위에 피어날 하얀 마음 슬퍼할 거야


  덮인 봉분 위에 또다시 눈이 내려

 위에 

  이름 글자 써보았을 

그곳이 나의 아늑한 요람의 무덤이 되었다


너는 빨리 개화하여 살아가야  

운명이 처한 삶이라서

너무 슬퍼할 겨를을 느끼지 못한다


 몸뚱이 하나 

지져대고 탱하기 버거운 삶에

붙어있는 날개조차

날지 못해 털어냈었야 


너는 봄꽃의 마음을 지녔으니

나는  기나긴 

겨울꽃의 마음을 가져야 했으며

너를 참아내며 기다리는 것이

 오랜 숙변에 대한 너의 배려가 되었다


 어린 머리 위에 이고  똬리 대신

 어머니 평생 괴나리봇짐이 

인생의 업이라 여기시


인생의 억겁으로 

짊어지고 이어가야 하는

너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 하는 삶이 되었


그만큼 

너의 꿈같은 생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나의 희망의 삶은 멀어져 갔다


석조전 수양벚꽃
제비꽃
배롱나무
수야벚꽃

2019.4.9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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